‘상도(商道)의 경영학’이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CEO들은 가장 애독하는 소설로 최인호(崔仁浩)씨의 ‘상도(商道)’를 꼽았다.
한 재계인사는 주인공 임상옥이 조선 최고의 상인이 되기까지 인생역정을 그린 이 책에 대해 “재미도 있지만 경영자에게 필요한 지혜를 준다”고 평가했고 국내 한 대기업은 ‘상도의경영학’이라는 보고서를 만들어 사내에 회람시키기도 했다.
‘상도의 경영학’이란 무엇일까. 첫째는 사람을 중시하는 자세다. 임상옥은 “소인은 장사를 통해 이윤을 남지만 대인은 무역을 통해 사람을 남긴다”며 순간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둘째는 의리를 소중히 여기는 점이다. 임상옥은 당대의 거상 홍득주 문하의 점원으로 취직, 청나라에서 인삼을 팔아 막대한 이익을 남겼으나 곤경에 처한 한 소녀(장미령)를 구하기 위해 번 돈을 모두 써버렸고, 이 때문에 홍득주로부터 내쫓기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중국고관의 아내가 된 장미령의 도움으로 임상옥은 다시 재기, 거상의 발판을 마련했다.
임상옥은 누구보다 이재에 밝은 상인이었지만 인명을구하기 위해 기꺼이 손해를 감수했으며, 이 같은 의로움은 언젠가는 보은(報恩)을 받게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셋째, 중국 상인들에 맞서 임상옥이 인삼을 불태운 장면은, 어려운 의사결정이나 협상에 봉착한 비즈니스맨들에게 배짱과 돌파력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200년이상 한 근당 25냥으로 고정되어있던 인삼가격을 40냥으로 올리려 했던 임상옥은 중국상인들의 조직적 불매운동에 맞닥뜨리자, 모든 인삼을 불태우는 ‘대모험’을 감행한다.
중국 상인들은 자신들이 사족을 쓰지 못하는 인삼이 잿더미로 변하는 것을 보자 결국 임상옥에게 굴복, 당초 가격보다 2배나 비싼 90냥에 사들이게 된다. 언뜻보면 무모한 도박이지만, 임상옥은 인삼의 상품가치와 중국인들의의중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임상옥은 반란을 일으킨 홍경래에게서 참여를 종용받았지만 목숨을 걸고 이를 거절했다. 만약 그가 정치적 시류에휘말렸더라면 조선 최고의 장사꾼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세 개의 다리가 받치는 솥(鼎)을 보며 “명예와 권력, 재물은 한 사람이 모두 가질 수 없다. 상인은 언제 어디서나 치우침없는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록 소설이긴 하지만 평생 정도(正道)경영만을 고집하다 재산을 모두 사회에 돌려준 채 빈손으로 세상을 떠난 임상옥의 일생은 오늘날 CEO들이 두고두고 음미해야할 부분이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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