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월드컵입장권 1차 판매때 예매 신청자는 전체 23만석의 4.5배에 달하는 105만여명이었으나 실제 대금입금은 9만6,000석에 불과했다. 결국 2차추첨까지 가서도 전체 좌석의 50% 판매에 그치고 말았다. 반면 일본은 72대 1의 높은 경쟁률에 100% 가까운 실제 판매율을 기록했다.가격이 비싼탓일까? 아니면 판매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일까? 그러나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이는 우리 국민들의 예약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으로 생긴현상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내가 예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업자나 다른 실수요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시민의식이 우리 문화 저변에아직 형성되어 있지 못한 탓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최근 소비자들이 가장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항공, 철도, 고속버스, 병원, 콘도미니엄, 음식점, 극장·공연장 등 7개 서비스부문에 대한 소비자의예약 불이행율 등 예약문화 전반에 걸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월평균 예약취소율이 음식점 61%, 콘도미니엄 41.1%, 고속버스17.6%, 극장·공연장 13.5%를 기록했고, 예약부도율(예약한 상태에서 사전에 취소 또는 변경사실을 알리지 않고 당일 나타나지 않는 경우)은국내항공 16~20%, 병원 18.1%, 철도(일반예약) 14.9%, 극장·공연장 14.1%, 음식점 11.2% 등으로 나타났다.
예약취소와 부도율을포함한 전체 예약 불이행률이 10%이하 수준인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치이다.
예약 불이행률이높으면 사업자들은 정원을 초과하여 예약을 받게(overbooking) 되고, 이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예약을 한 소비자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게되는 피해가 발생한다.
결국 나 하나쯤 지키지 않아도 되겠지 하는 생각은 다른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게 되고, 나중에는 자신도 피해를 볼 수 밖에없게 된다.
물론 예약문화를정착시키기 위한 방안으로는 예약이용자에 대해 요금할인, 마일리지 적용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예약부도에 대한 위약금 부과 등을 들 수 있다.그러나 제도 보다는 국민 개개인의 의식 개혁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
의식개혁 없는 제도개선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88올림픽을 계기로 국가경제가한단계 더 성장했듯이, 2002년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건전한 예약문화를 정착시켜 국민의식 수준을 한단계 끌어 올린다면 이 또한 의미있는 일이아닐까.
한국소비자보호원 소비문화팀 정동영과장
※다음 회에는 김명수 한국외국어대 부총장이 ‘월드컵과 지방자치’를 주제로 기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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