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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오페라 '풍요속 빈곤'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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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오페라 '풍요속 빈곤' 될라

입력
2001.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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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서울의 오페라는 예년의 두배인 11편이나 된다. 8개 민간단체와 국립오페라단, 3개 극장(1편은 극장ㆍ단체 공동제작)이 제작하는 대극장 작품만 그렇다.예년의 봄 가을을합친 연간 오페라 제작 편수와 맞먹는 숫자다. 대학 오페라, 소극장 오페라, 콘서트 형식 오페라를 합치면 더 많다.

이같은 양적 팽창은 오페라 제작에 엄두를 내기 힘들던 영세한 민간단체들이 서울시 지원을 받은데다 주요 극장마다 제작에 나섰기 때문이다.

강화자베세토오페라단, 한강오페라단, 한우리오페라단, 음악친구들 등 네 개 단체가 서울시로부터 4,000만 원~1억 1,500만 원을 받아 올 가을 작품을 올린다.

극장으로는 그동안 국내 오페라 제작을주도해 온 예술의전당과 지난 해부터 직접 오페라를 만들기 시작한 세종문화회관 외에 올해 문을 연 한전아츠풀센터까지 나섰다.

그러나 이러한 풍요를 반갑게만 바라볼수 없는 게 유감이다. 자칫 수준 미달 공연이 양산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차린 건 많은데 정작 먹을 건 없는 잔칫상이 될까 염려하는판단근거는 이렇다.

우선, 제작에 나선 민간단체 중 일부는역량이 의심스럽다. 서울시 지원을 받은 단체 중에는 정식 오페라를 한 번도 안해봤거나 겨우 이름만 유지해 온 단체, 부실하기 짝이 없는 공연으로비난받은 단체가 포함돼 있다. 품질 보증이 안 된 여러 상품을 놓고 관객은 무엇을 고를지 혼란스럽다.

작품 수가 늘었다고 다양해진 것도아니다. 베르디 3편(리골레토, 가면무도회, 오텔로), 모차르트 3편(마술피리, 코지판투테, 피가로의 결혼), 푸치니 2편(라보엠, 토스카),도니제티 2편(루치아, 사랑의 묘약), 그리고 현제명의 ‘춘향가’까지늘 하던 작품의 재탕이다.

한꺼번에 많은 오페라가 몰리는 데따른 부작용도 예상된다. 11편이란 숫자는 최대 2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 국내 오페라 관객에 비춰볼 때 공급과잉이다.

그러다보니 손님을 끌기 위해공연 중에 서커스를 넣거나 누드 모델을 등장시키는 작품도 있다. 그런 이벤트가 무대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 같지는 않다.

오페라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연출가,가수, 스태프가 얼마 안되는 국내 상황에서 이 많은 오페라를 얼마나 완성도 있게 소화할지도 미지수다. 혹 공연을 보고 실망한 관객들이 오페라에등을 돌리는 일이 생길까 걱정스럽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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