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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제3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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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제3의 길

입력
2001.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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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초 미국 노동계의거물 월터 뢰더가 포드자동차 공장을 방문했다. 안내를 맡은 포드의 고위 간부가 그에게 최신 자동화시설을 보여주면서 넌지시 농담을 건넸다.“이기계 때문에 당신이 임금을 받기가 어려워지는 때가 올 것이요.” 이에 월터가 즉각 맞받아쳤다.

“당신도 이 기계 때문에 자동차 팔기가 더 어려워지는 때가 올 거요.” 노동자의 수입이 줄어 구매력이 떨어지는데 어떻게 자동차가잘 팔리겠느냐는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이 즐겨 인용했다는 이 일화는 자본가와 노동자는이빨과 입술의 관계가 될 수 밖에없다는 상생의 진리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두 세력은 틈만 나면 서로 티격태격하니 때로 상극의 관계인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 세기 공산혁명과 체제간 유혈 전쟁도 결국은 양자의 뿌리깊은 갈등구조가 기원(起源)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요즘 세계화와 반세계화의 대립도 그 꺼풀을 벗겨보면 이와 같은 진면목이드러난다.

■인류의 영원한 숙명과도 같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많은 연구와해법이 제기됐다. 그 중 하나가 이른바 근접자본주의(Up-Close Capitalism) 처방이다.

노동자를 아예자본가화(化)하면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제도가 종업원지주제(ESOP)다.

종업원들을 소속사의 주식소유자이자 투자자로 만들어 너나 할 것 없이 “자본주의 만세”를 외치게 하는것이다. 구미 선진국에서는 총주식의 과반수를 종업원에게 넘긴 기업이 상당수에 이른다.

■국내에서 어설프게 시늉만 냈던 이 제도가 내년부터 본격화할모양이다. 경영측면에서 여러 순기능을 하는 이 제도는 위험과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이를 악용해 대규모 사기극까지벌어진 외국 사례가 있다. 무엇보다 관건은 기업주의 전향적 사고에 달려 있다.

오너가 자신의 몫과 권한을 일단 양보해야 이 제도는 비로소 설 땅이생긴다. 되로 주고 말로 받을 줄 아는 현명한 오너에게는 ‘제3의 길’이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에게는 두고두고 ‘혹’이될 것이다.

송태권 논설위원 songt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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