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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 / 서해 노을위에 詩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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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 / 서해 노을위에 詩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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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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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감싼 세 바다는 저마다 다른 에너지를 전한다. 거칠고 장엄한 동해.바다를 통째로 끓일 듯 떠오르는 태양처럼 뜨거운 힘이 있다.남해는 화려하고 깨끗하다. 크고 작은 섬을 감도는 맑은 물, 다정다감하고 즐거운 기운이넘친다. 서해의 에너지는 내면으로 침잠한다.

넓은 갯벌,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는 고깃배, 짭짤한 바람…. 그 풍광을 대하면 마음 속에 자리잡는 것이 있다. 바로 ‘시심(詩心)’이다. 시심을 찾는 나들이. 여름을 보내는 의식으로제격이다.

인천부터 목포까지 우리의 서해안은 알려질 대로 알려졌다. 비교적 사람의 때가덜 탄 곳은 서산과 홍성의 바다.

서해안에 접한 지역 중 해안선이 가장 짧은데다 그 해안선도 모두 천수만이라는 호수 같은 바다 안에 들어있기 때문이다.찾아가는 길이 재미있다.

의미 깊은 역사ㆍ종교 유적이 그 길에 도열해 있다. 조금 서두른다면 당일 여행으로 가슴과 머리를 모두 채울 수 있다.

▦서산 간월도행

간월도(서산시 부석면)는 이제 섬이 아니다. 천수만을 가로지르는 두 방조제(서산A, B 방조제)가 섬과 육지를 연결한데다 북쪽으로 생긴 거대한 간척지가 섬과 붙었다.

예전에는 배를 타야 했지만 이제는 차로 들어간다. 간월도는‘굴섬’이다. 서산의 명물인 어리굴젓 중 간월도의 것이 가장 유명하다. 주말에는 어리굴젓을 사려는사람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몰려온다.

간월도에는 아름다운 사찰인 간월암이 있다.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세운 무학대사가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폐사됐는데 그 절터에 만공대사가 1914년 새 건물을 지었다. 밀물이 들면 암자 전체가 섬처럼 물에 떠있다가 물이 빠지면걸어서 건넌다.

간월도 가는 길에서 ‘백제의 미소’를만날 수 있다. 마애삼존불(국보 제84호ㆍ관리사무소 041-663-3675, 이하 지역번호 041)이다.

서산시민의쉼터인 용현계곡 초입에 있다. 암벽을 파고 들어가 불상을 조각하고 그 앞으로 집을 단 형식이다.

석가와 미륵, 제화갈라보살 등 수기삼존불이 엷은조명을 받으며 온화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용현계곡을 조금 더 오르면 보원사지가 나타난다.

당간지주(보물 제103호) 오층석탑(보물 제104호)등 5개의 보물이 있다. 한 때 1,000명이 넘는 승려가 있었다는 대찰로 임진왜란 때 소실됐다고 전해진다.

개심사(663-0256)를 빼놓을수 없다. 충남의 4대 사찰 중 하나인 개심사는 조선 성종 15년(1484년)에 지어진 아름다운 절로 대웅전은 보물 제143호로 지정돼 있다.

해미읍성(해미성당 688-1123) 또한 매력적이다. 장이 서고 음식냄새가 진동하는요란한 민속마을이 아니다. 보존의 정신과 노력이 아름다움으로 승화한 정갈한 유적이다.

조선 성종 22년(1491년)에 완성된 석성으로 국내 석성중 가장 잘 보존돼 있다.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1866년에는 천주교신자 1,000여 명이 이 곳에서 처형됐다. 천주교 순교성지로도유명하다.

▦홍성 남당항행

남당(홍성군 서부면)은 작은 포구. 그러나 덩치답지 않게 수많은 해산물이 집산하는곳이다. 새조개, 광어, 우럭 등이 많이 난다.

천수만으로 길게 뻗은 방파제, 물이 빠지면 끝없이 펼쳐지는 갯벌, 갯벌을 온통 뒤덮고 있는 게의무리 등 전형적인 서해안 포구의 정취를 갖고 있다.

찬바람이 부는 9월 중순 이후부터 이 항구는 북적댄다. 대하가 대량으로 올라오기 때문이다.포구 양쪽으로 대하구이를 파는 집이 진을 치고 자동차의 행렬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남당항은 일몰이 아름답다. 해는 바다로 떨어지지 않고 천수만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길게 누운 안면도로 진다.

천수만의 호수 같은 물이 노을을 반사하는 가운데 고깃배에서 내린 어부들의 모습이 검을 실루엣으로반짝인다.

남당항 바로 앞 약 3.7㎞ 지점에 푸른 섬 죽도가 있다. 올망졸망한 8개의섬이 달라붙어 있다. 24가구 70여 명이 사는 유인도로 1시간 30분 정도면 모두 구경한다.

물이 빠지면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여객선은 없다.남당항에서 낚싯배를 타거나 개인적으로 배를 빌려야 한다.

홍성은 일제시대 조국애를 불살랐던 두 영웅의 고향이다. 만해 한용운과 독립운동가김좌진 장군의 생가(홍성군청 문화공보실 630-1224)가 이 곳에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고결한 기상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유적이다.

■가늘 길에 들러보세요

서산과 홍성은 불교문화와 역사의 숨결이 골짜기마다 숨어있는 곳. 부여에 이은충남의 문화답사지로 손꼽힌다. 일정이 넉넉하다면 빠짐없이 돌아보는 것도 좋다. (문의처 지역번호 041)

서산시

▦부석사(부석면 취평리, 662-2824)=신라 문무왕 17년(677년) 의상대사가창건하고 무학대사가 중건한 절. 주변의 경치가 빼어나다.

▦동문동 5층석탑, 당간지주(동문동, 문의 시청 660-2226)=속칭 ‘대사동탑.’ 고려말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약 30㎙ 떨어진 곳에당간지주가 있다.

▦용현계곡(운산면 용현리, 문의 시청)=맑은 물이 사시사철 흐르는 계곡. 삼림욕,등산, 야영 등 사계절 휴식공간이다. 음식점도 많다.

홍성군

▦고산사(결성면 무량리, 642-8254)=보물 제399호로 지정된 대광보전이있는 곳. 청룡산 기슭에 위치해 풍광이 빼어나다.

▦최영장군사당(홍북면 노은리, 문의 군청 630-1224)=고려 공민왕 때인1316년 최영 장군이 탄생한 곳에 사당을 지었다. 매년 최영 장군 영신제가 열린다.

▦홍주성(홍성읍 오관리, 문의 군청)=서해안 경비를 위해 쌓은 810㎙의 성곽.삼국시대부터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현판의 글씨는 대원군의 친필이다.

▦홍주의사총(홍성읍 대교리, 문의 군청)=을사조약에 항거해 1906년 일어났던홍주성전투의 희생자들을 모신 곳. 1993년 성역화사업을 마쳤다.

■가는 길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서산을 먼저 들렀다가 홍성에 가는 것이 좋다. 서해안고속도로를타고 당진까지 간 다음 서산행 32번 국도로 길을 잡는다.

간월도나 남당항 모두 서산시내까지 들어갈 필요 없이 운산리 4거리에서 좌회전,647번 지방도로를 타고 해미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된다.

해미읍성에서 29번 국도로 바꿔탔다가 갈산면 갈산중학교 앞에서 우회전, 614번 지방도로를달리면 간월도와 남당항에 닿을 수 있다.

홍성을 거쳐 서울로 돌아올 때에는 아산-천안을 지나 경부고속도로를 타는 것이 편하다. 서울남부터미널에서고속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서산터미널(041-665-4808, 9)에서 간월도행 버스가 수시로 다니며 홍성버스터미널(홍주여핵 632-1371)에서남당항까지 1시간 간격으로 시내버스가 운행한다.

■쉴 곳

대형 숙박시설은 없다. 대부분 모텔 수준. 간월도에는 모텔유니콘(041-669-4466)이있다. 40명 정도를 수용한다.

해미읍성이 있는 해미면 읍내리에 미르장(688-1819), 금강여관(688-2023), 성호장여관(688-2488)등이 있다.

남당항에는 두 개의 모텔이 있는데 모두 깔끔하다. 씨월드모텔(634-9222)은 포구에 붙어있는 숙소. 밤바다의 정취를 감상하기에좋다. 솔밭천수모텔(631-0840)은 남당항과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마을 뒤편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먹을 것

서산과 홍성은 군침이 넘어가는 고장이다. 바다 산물을 재료로 한 맛이 깊은 음식이많다. 서산의 명물은 역시 어리굴젓.

궁중 진상품이었던 서산의 어리굴젓은 똑 쏘는 듯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간월도어촌계(041-662-4622),서산수산물공장(665-2650) 등에서 주문을 받는다. 간월도에서는 굴을 이용한 굴밥을 판다.

홍성의 대표 먹거리는 새우젓. 특히 광천의 토굴새우젓이 유명하다. 전국의 새우젓70% 정도가 광천에 모였다가 토굴에서 발효돼 다시 전국으로 판매된다.

광천읍의 젓갈시장은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입이 짜다. 이제 찬바람이 불면천수만과 맞닿은 곳에서 대하잔치가 시작된다.

서산과 홍성의 포구 어디에서나 굵은 소금 위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대하소금구이를 맛볼 수 있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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