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4일 임동원(林東源) 통일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서둘러’ 제출했다.이날 아침에 열렸던 당 3역 회의 때까지만 해도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이번 주 안에 임 장관이 물러나든가 대통령이 경질하지 않을 경우 해임건의안 제출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불과 몇 시간 사이에 무슨 상황변경이 있었던 것일까.
한나라당은 당초 27일께 해임건의안을 낼 생각이었다. 자민련 이완구(李完九) 총무가 “한나라당이 해임건의안을 제출할 경우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먼저 치고 나온 마당에 마냥 미적거릴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렇다고 이 총무 말이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해임건의안을 내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
그런데 때마침 청와대에서 “임 장관을 경질하지 않는다”는 발표가 나왔다. 여권에 2~3일 말미를 주면서 ‘기다려 주는’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는 사유가 저절로 생긴 셈이다.
한나라당은 임 장관 해임건의안을 꽃놀이 패로 여기고 있다. 한ㆍ자 공조로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면 더할 나위 없고, 자민련이 끝내 등을 돌려 표결이 무산되거나 부결되더라도 잃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재오 총무 등 고위 당직자들은“자민련 총무가 공언을 했으니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슬쩍 띄우면서도 내심으로는 ‘변고’를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DJP 회동 등을 통해 언제라도 ‘없던 일’로 방향선회를 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런 가운데서도 상당수 당직자들은“다른 사안도 아니고,자민련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안보문제로 해임안을 냈는데, 그렇게 쉽게 식언할 수 있겠느냐”며 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결과적으로 JP와 자민련 의좋은 일만 시켜주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그 과정을 통해 공동여당의 실체가 다시 한번 국민들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겠느냐”며 느긋해 했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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