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15 방북단 사태를 취재하면서 많이 곤혹스러웠다.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방북단의 돌출행동을알린 것은 옳았지만 그 파장이 사법처리에 그치지 않고 심각한 색깔논쟁으로 비화, 우리 사회를 쪼개놓고 있기 때문이다.물론 사태의 일차적인 책임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일부 인사들에게 있다. 이들은지금도 ‘일부 보수언론과 수구 반통일세력’ 탓 만 하고 있다. 일부는 “보도하지 않았으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기자들을 힐난했다.
기자 역시 이번 사태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우려했던 대로 17일만경대 방명록 사건 후 ‘보수세력’은 발끈했고, 냉전적 색깔론이 전면으로 부상했다. 방북 취재단의 일원이었던 어느 기자는 이 같은 부담 때문에“차라리 눈과 귀를 막아 버리고 싶었다”고까지 말했다.
일부의 돌출행동만이 부각되면서 분단 후 최대규모의 민간교류라는 성과는 거론조차 되지 못했고, 장황한‘친북(親北) 시비’만이 득세했다. 사태가 엉뚱하게 전개되자 방북 취재단은 18, 19일 백두산ㆍ묘향산 등에서 일어난 또 다른 방명록 사건에 대해서는보도를 자제키로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약속마저 일부 언론에 의해 깨졌다. ‘남북관계와 통일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보도하자’는 북한 취재의묵시적 가이드라인도 색깔논쟁 앞에선 여지 없이 무너져 버렸다.
방북단 사태는 남북이 갈라져 있는 이상, ‘주체사상’을 받드는 북한과 교류협력을 하는 한, 언제든지재발할 수 있다. 문제는 진보와 보수 중 한쪽 편에 설 것을 강요하는 이분화해 가는 우리 현실이다.
정치부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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