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용병의 전성시대라고 할 만하다. 2001년 프로축구 기상도는 용병의 발끝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현재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외국인 선수는 총 50명. 전체 프로선수가 436명이니까 ‘푸른눈과 검은 피부’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11%에 불과하다.그러나 그들은 굳건한 ‘엘리트군’을 형성하며 팀 전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치 3.5% 내외의 염분이 바닷물의 짠맛을 결정짓는 것처럼.
24일 현재 시즌 총 271득점 중 104골(38%)이 용병의 작품이었다. 정규리그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두드러져 현재 158골 중 외국인선수가 65골(41%)을 넣었다.
공동선두와 3위까지 득점랭킹의 선두권은 8골을 기록하고 있는파울링뇨(울산ㆍ브라질)와 샤샤(성남ㆍ유고), 7골의 산드로(수원ㆍ브라질)이다. 그 뒤를 우성용(부산)과 서정원(수원)이 추격하고 있으나 숨이 벅차보인다.
득점 상위랭커 10명 중 절반이 코리안드림을 좇아 날아온 용병들이다. 22일 5경기에서 승부가 갈린 3경기의 결승골은 모두 용병들이 만들어내기도 했다.
최근 3년간 통계를 보면 올해 특히 용병들이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99년 정규리그에서는 한국선수가 341골을 넣은 데 비해 용병은 85골에 머물렀다. 비율로 따지면 8대2로 토종의 득점포가 월등히 앞섰다.
지난해 정규리에서도 엇비슷했다(토종 303골, 용병 85골). 그라운드가 용병들의 독무대가 된 건 안정환 황선홍 등 토종 골잡이의 해외진출과 터줏대감 김도훈(전북ㆍ5골) 등의 더딘 골 퍼레이드 탓이 크다. 그러나 무엇보다 파울링뇨와 샤샤 등 특급 골잡이들이 빼어난 골감각으로 ‘상향평준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정규리그에서 11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승도 챙기지 못하던 전북. 부랴부랴 용병을 수혈하며 덕(2승)을 보고 있다. 조윤환 부천감독이 구단의 소극적인 용병 스카우트로 인해 올해 성적이 고꾸라졌다고 비난하며 옷을 벗은 것도 용병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프로팀 대부분의 용병 의존도가 크지만 안양은 정규리그 10골 중 9골을 용병이 만들어냈다. 지난 해 정규리그 우승팀 안양은 히카르도(브라질)를 비롯, 새로 합류한 비탈리(우크라이나) 세르지오(브라질)의 활약에 따라 웃고 울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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