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의 이솝기업인 유나이티드항공(UAL)은 요즘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노조는하루에도 몇 차례씩 회의를 하며 회사 정상화 방안을 숙의하고 있다.94년 항공업계에 위기가 닥쳤을 때 이솝제도를 도입, 고용유지와 성장엔진을 동시에 얻어 구조조정의 성공사례로 여겨져 온 UAL은 이솝 도입 당시보다도 지금 오히려 더 큰 갈등과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난 해 여름 이 같은 갈등이 표면화하기 전까지 UAL은 미국 이솝의 이정표나 다름없었다.
걸프전으로 인한 유가상승과 과잉경쟁으로 항공업계의 불황이 깊어진 92~93년 UAL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경영진은 구조조정을 위해 7만5,000명의 종업원 중 1만명에 달하는 인원삭감 계획을 내놓았다.
조종사 노조는 94년 인원조정 없이 임금을 양보하고 대신 자금을 차입해 55% 지분을 확보, 이솝을 시작했다.
인수 후 6년간 임금 15.7%(총 48억9,000만달러)를 삭감하고 무쟁의 선언을 했다. 55% 지분과 함께 12명이 사회 멤버 중 1명은 조종사노조, 1명은 정비사노조, 1명은 정규사무직과 승무원노조에서 참여하게 됐다.
이 결과 93년 말~96년 말 고용이 1,100명 늘어났다. 경쟁사인 델타가 94년15%, 아메리칸 에어라인이 14% 감원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UAL은 94년 곧바로 흑자 전환하고 이후 3년간 주가가 62%나 떴다.
그러나 노조의 임금 양보기간이 2000년 7월로 끝나면서 임금인상폭을 어떻게 정하느냐를놓고 갈등이 일기 시작했다.
6년간 경영진 임금은 불어났으나 이솝의 주역인 종업원들은 임금도 깎이고 주식을 현금화할 수 없어 실질적인 혜택이 없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았다.
경영진과의 갈등이 표면화하면서 지난 해 여름 결항률이 높아지고 정시 도착 및 출발률은 48.3%로 뚝 떨어져 델타 73.8%, 아메리칸에어라인 65.5%보다 크게 낮아졌다..
조종사노조의 릭 더빈스키 위원장은 “12명 이사회 멤버 중 노조에서 3명만을 내는데 그쳐 경영권 장악이 불가능했고, 45% 지분을 보유한 외부투자자와 55% 주식을 가진 종업원간 이해관계가 엇갈린 것이 갈등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UAL에 컨설팅을 해주는 오너십어소시에이트의 크리스토퍼 맥킨 대표는 “종업원이 10만명이고 이중 조종사, 정비사, 승무원 노조의 성격과 임금수준이 달라 노경(勞經) 갈등외에도 노노(勞勞) 갈등이 있다”고 말했다.
UAL은 94년 이솝 도입 당시 노조가 선임 이사회 멤버들에게 회사의 운명을 가를 중대 사안을 결정할 때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으나 종업원 지분이 20%이하로 떨어지거나 2017년이 되면 이 계약이 자동 폐기되도록 했다.
따라서 그 이전에 새로운 소유ㆍ경영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솝의 4가지 성공 조건
1. 주식 구입 비용을 종업원이 아닌 회사가 지불해야 한다. 이솝신탁이 자금을 차입해주식을 사면 몇년 후 만기상환일이 돌아올 때 회사가 갚아줘야 한다.
2. 이솝신탁을 이용해 집단적 소유권을 확보해야 한다. 종업원 개개인의 목소리를 모아집단적 권리행사를 할 수 있어야만 이솝이 오래 지속할 수 있다.
3. 회사내에서 가능한 한 많은 종업원이 주식을 소유하는 게 좋다. 최고 경영자나 노조지도부만 주식을 집중적으로 보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4. 주식 소유의 세대교체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 주식이 퇴직자 손에서 신규 고용인력의 손으로 넘어가는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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