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80억 달러추가자금 지원 결정에도 불구, 아르헨티나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더욱이 10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내 갈등과 정부의초긴축 정책에 대한 국민적 반발이 갈수록 격화해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IMF의 추가자금 지원으로 아르헨티나는 코 앞에 닥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는 일단 모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MF가 자금지원을 발표한 다음 날인 22일 아르헨티나 증시의 메르발지수가 8.15% 급등하고, 채권 이자율도 2% 포인트 가까이 하락했다.
최근 6주간 총 민간예금의 11%에 달하는 80억 달러가 빠져나가는 등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대증 요법일 뿐 경제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런던 포린&컬로니얼 이머징마켓의 전략가 루퍼트 브랜트는 “아르헨티나의 경제 상황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이번 조치는 디폴트를 잠시 연기하는 효과만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살로만 스미스 바니의 분석가 제프리 데니스도 “IMF의 추가자금 지원이 실제 경제상황을 개선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말했다.
더욱이 IMF는 추가지원 자금 중50억 달러만을 내달 중 지급하고, 나머지는 추후 지급키로 했다. 채무조정이 이뤄지기 전에는 추가자금 지원에 동의할 수 없다는 미국 정부의 강력한요청을 받아들인 결과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 정부는 곧 단기외채의 장기외채 전환 등 채무조정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지만, 투자자들의 동의를 끌어낼수 있을 지 미지수다.
경제 회생의 최대 관건이자 IMF자금지원의 전제 조건인 재정적자 해소는 더 큰 난제다. 페르난도 데 라 루아 대통령은 초긴축 정책을 통해 ‘제로 적자’를 실현키로 하고, 국민적합의 도출을 위해 총선 직후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3년 여 지속된 경제 침체와 최근 공공부문 임금 삭감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의 반발만 자극하고 있다. 22일 대통령궁 앞에서 의사 교사 등 수천 명이 “정부가 미국과 IMF에 굴복했다”며 항의시위를 벌였는가 하면,23일에는 시위대와 경찰이 무력 충돌해 20여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도 “경제 침체가장기간 지속된 상황에서 지나친 재정지출 삭감은 오히려 침체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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