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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키시마호 생존자 증언 / "일본군 보트타고 떠난뒤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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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키시마호 생존자 증언 / "일본군 보트타고 떠난뒤 '쾅'"

입력
2001.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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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京都) 지법이 23일 우키시마(浮島)호 폭침과 관련한 1심 재판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으나 일본측의 계획된 음모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배제하자 생존자들 사이에서 ‘계획된 살인’임을 뒷받침하는 증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우키시마폭침진상규명회(대표전재진ㆍ田在鎭)는그동안 회원 100여명이 노령인 생존자들을 일일이 찾아 인터뷰한 A4용지 90장 분량의 증언록을 24일 공개했다.

이 증언록에는 56년 전 당시의 처절함과 사건의 진상을 엿볼 수 있는 일치된 진술들이 실려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미군이 설치한 기뢰때문에 빚어진 우발적 폭발”이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며 “일본군에 의해 저질러진 계획된 만행”이라고 증언했다.

생존자 이철우(李鐵雨ㆍ74)씨는 “귀국선을 타려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 7,000여명 가량이 승선한 배가 오미나토항을 떠난 지 10시간 정도 지났을 때 ‘육군은 항복해도 해군은 절대 항복하지 않는다’고 큰소리치던 함장이 할복했다는 소문이 들렸다”며 “당시 일본 해군은 ‘부산에는 절대 못간다’ 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했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당시 승선자들에게서‘배 바닥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전기선을 봤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생존자 박재하(朴載夏ㆍ74)씨도 비슷한 증언을 했다. “24일 대낮부터 일본 해군은 위스키를 마셔댔으며 ‘한국인은 선실로, 일본 해군은 갑판 회의에 참가하라’는 방송이 흘러나왔어요. 호위정 2척이 먼저 마이즈루(舞鶴)만으로 갔지만 기뢰 폭발은 없었습니다.”

김복도(78)씨는 “오후 5시께 배가 마이즈루만 근처에 다다르자 일본 해군은 ‘물을 뜨러 간다’며구명보트를 타고 떠났고 10여분 뒤 ‘쾅’하는 소리와 함께 배 허리가 두동강 났다”고 진술했다.

이재석(85)씨는 “폭발과 함께 배와 주변 바다는 흘러나온 기름과 피, ‘살려 달라’고 아우성치는 사람들로 뒤범벅이 됐지만 구조하러 온 일본 군인은 침몰하는 배의 로프에 매달린 이들을 구하기는 커녕 칼로 줄을 끊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김응석(74)씨도 “당시 생존자들의 수용소에서 발생한 의문의 취사장 증기폭발로 50여명이 다쳤다며 우키시마호 등 두 폭발 사건은 계획된 살인 행위임이 틀림없다”고 증언했다.

한편 진상규명위원회 전재진(44)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남산감독협회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우키시마호 폭침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남북공동조사단을 구성하고, 미 연방법원에도 제소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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