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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우리사주신탁)제도 / (중)이솝으로 일어선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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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우리사주신탁)제도 / (중)이솝으로 일어선 기업들

입력
2001.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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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업원이 주인인 회사(AnEmployee-Owned Company).’미국 서부 샌디애고에 있는 국가보안체계 및 에너지, 환경 관련 기술서비스 업체 SAIC의 거대한 사옥은 입구의 안내 데스크부터 사내 게시판, 볼펜 등 사무용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에 이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다.

만나는 종업원들의 표정에 자신이 일하는 회사가 ‘종업원 소유’라는 자랑스러움이 가득한 것은 ‘이솝(ESOPㆍEmployee Stock Ownership Plan)의 기적’에 대한 확신 때문이다.

카렌 가슨 주식프로그램 담당 이사는 “누구도 렌터카를 세차하진 않는다”며 “자기 회사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종업원 주식소유제도가 없었다면 창업 30년만에 비약적인 성장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SAIC는 우리에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포춘’지 선정 500대기업 중 296번째에 오른 유망 대기업이다.

아무런 생산 설비 없이 4만1,000명종업원들이 기술지식만 팔아 한해 59억달러(7조6,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알짜배기’ 회사다.

SAIC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모범적인 종업원 소유ㆍ경영체제 때문이다. 1969년 과학자인 로버트 베이스터 회장이 100% 출자해 설립한 이 회사는 현재 종업원이 96% 주식을 갖고 있다.

‘성공적인 종업원 기업’을 만드는 게 사업하는 목표나 다름없는 베이스터 회장은 창업 당시 지분 100%에서 현재는1.3%만 갖고 있다.

그는 “회사 성장에 기여한사람(종업원)만이 회사를 소유할 자격이 있다”며 자기 주식을 종업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 회사 종업원들은 회사로부터 처음 주식을 받을 때 대부분 공짜로 받는다. 회사가 차입금 또는 이익잉여금을 이솝신탁에 출연하고,신탁은 최소 850시간 이상 근속 종업원에게 주식을 나눠준다.

종업원들은 회사 내부에 설립된 ‘불(Bull)’이란 중개시장을 통해 주식 매매를 한다.

지난 해 나스닥지수가 반토막 나는 동안 SAIC 주식은 오히려 18.9%나 올랐고 올 들어서도 나스닥지수는 단 3개월만에 29% 떨어진 반면 SAIC는 2% 하락에 그쳤다.

미국 서부지역을 주무대로 하고 있는 폐기물 처리 및 재활용 서비스 회사인 노르칼 역시 95% 종업원 소유기업.

이솝 주식 중 85%가 종업원에 배분돼 있고 나머지 15%는 이솝신탁이 갖고 있다.

퇴직자들의 주식은 신탁이 되산다. 15년 일한 퇴직자가 이솝을 통해 얻는 평균 소득은 10만달러(1억3,000만원).

신탁은 이를 즉시 지급하지 않고 5년간 매년 20%씩 나눠서 지급한다. 퇴직 수령액이 많아지면 빨리퇴직하려는 직원들의 늘게된다.

그만큼 고령인력은 빨리 나가고 신규인력은 더 많이 들어오는 순환구조가 생기는 것이다.

이솝은 이곳 종업원들에게 ‘덤’의 소득이다. 통상 퇴직자들은 이솝과 기업연금, 공적연금으로부터 각각 55%, 30%, 15%의 비율로 돈을 받는다.

이솝 도입 후 생산성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마크 로멜리 부사장은 “과거엔 3명이 1개의 쓰레기 분리수거 트럭을 몰았다면, 지금은 1명당 1개꼴로 트럭을 몰 수 있다”며 “근로자들도 이런 생산성 향상에 흥분하고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샌디에고ㆍ몬테벨로=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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