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1조원 가량 투입해 완공한 충남 보령 복합화력발전소가 설비결함으로 2년8개월째 정상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은 큰 충격이다.한나라당 안영근 의원에 따르면 한전이 1996년 프랑스 알스톰 파워사에서 도입한 발전기에 구조적 결함이 발견돼 2년이 넘도록 발전소 가동률이 1%대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한전은 “알스톰사로부터 정상가동 지연에 따른 배상금을 일부 받았고, 추가로 징수할 방침이며, 알스톰사가 수리해 주겠다고 밝히고 있어 보령화전에 들어간 1조원을 모두 날리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해명은 국민을더욱 분노케 한다. 문제의 핵심은 한전이 얼마를 손해 보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해서 이런 사태가 발생해 지금까지 진행되었느냐는 것이다.
보령화전과 관련해 그동안 한전이보인 행동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항들이 적지 않다. 우선 발전기 선정 및 도입에 관한 것이다.
한전측은 세계 4개사의 공개경쟁에 의해 기술력과 경제력을 종합 평가해 구매했다고 밝혔다. 그 발전기는 계약 당시 미국의 한 발전소에서 시운전 중이었다지만, 상업운전 실적이 검증되지 않은 시작품에불과했다.
또 단독 입찰도 아니었고 발전기 값은 무척 비싸다. 그런데도 쫓기듯이 덥석 구입한 이유가 궁금하다.
발전기 결함 발견 이후 대처과 정도납득이 안 간다. 한전은 알스톰사가 판매한 가스터빈이 전 세계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수리 요청이 밀리는 바람에 나중에 수리를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이 제품의 최초ㆍ 최다 구매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전이 너무 마음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봉’ 취급을 당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만일 후자라면 상대방에게 무엇인가 허점을 잡히고 있다고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
산업자원부도 감독기관의 역할을 제대로하지 않았다. 보령화전이 3년 가까이 정상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원인규명이나 대책마련에 적극적이지 못했다. 그저 알스톰사만 바라보고 있었을뿐이다.
게다가 알스톰사는 한전이 가동 원칙을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고장이 났다며, 사고원인에 대한 조사결과나 수리과정을 우리에게는 알려주지 않고 있다.
우리는 국제 입찰시장에서 당연히 누려야할 기본적인 권리마저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왜 판매회사에 끌려 다니고 있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모든 것이 의문 투성이다. 정부와 한전은 사태의 전말을 철저히 조사해 밝혀야 한다. 그리고 그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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