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15 평양 통일대축전에 참가한 방북단 중 일부 인사의 ‘친북성행위’ 논란을 둘러싼 파문이 커지고 있다.검찰은 21일 만경대 방명록에 이적성 문구를 남긴 강정구교수와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에서 열린 개폐막식 참가 약속을 어기고 행사에 참석한 주동자 등 16명을 체포해 조사를 벌이고있으며 사법처리 수위에대해 고민하고있다.
이들의 행동에 대해 “북한을 찬양한 이적행위”라며 격렬한 비난이 일고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분위기에 편승한 일부 인사들의 치기어린 우발적인 돌출행동을 사법처리까지 하는 것은심하다”며 반발하고있다.
[찬성] 사회주의 실패 역사가 증명 만경대 정신 승계 이해안돼
지금 이 나라는 해방전후시대의 좌우갈등상황보다 오히려 더 위험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지 않나 심히 우려된다.
해방전후 정국에서는 그래도 이 나라의 정치지도 세력은 확고한 반공입장을 견지,나라가 이념적으로 갈갈이 찢어질 염려는 덜 했었다.
그러나 지금 정치지도세력은 입장이 불확실하다는 느낌을 준다. 더욱이 ‘보수적’이라고 불리는 일부 집단은 ‘반통일ㆍ반자주, 수구ㆍ기득권 세력’으로 매도 당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이념적ㆍ사상적 갈등상황은 훨씬 더 위험하고 전망도 불확실하다. 이런 때 ‘민족’과 ‘자주’라는 개념을 들먹이는 일부 세력들이 북한에서 ‘친북적인 행위’를 한 것으로 보도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일부 언론보도를 보면 이번에 평양에서 개최된 ‘8ㆍ15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한 남측 대표단 일부가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투쟁에 맞장구를 치면서 우리의 실정법을 무시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강정구 교수의 경우 김일성 생가인 만수대를 방문하여 ‘만수대 정신 이어 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고 하였고 귀국하는 자리에서는 ‘만수대정신은 곧 민족정신’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물론 강교수는 귀국하면서 기자들에게 일부 언론이 무리한 보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강교수가 주장한 ‘만수대 정신’의 실체가 도대체 무엇인가, 무엇을 의미하는것인가에 대해 남쪽 사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실체가 무엇인지는 공안당국의 조사에서 밝혀질 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양보하더라도 어떻게 ‘만수대 정신’이란 것이 우리 남한 국민들에게까지 민족정신이 된다는 말인가? 동족을 무모한 전쟁으로 살상하고 수만은 동포를 굶기고 있는 그만수대의 장본인과 후계자들의 행태가 어찌하여 민족의 정신이라고 표현된단 말인가?
독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가 독일의통일은 독일민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어야 한다고 설파한 것처럼, 한민족의 통일은 한민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편의를 증진시키는 것이 아니면안된다.
이는 곧 통일한국이 자유민주주의와 건전한 시장자본주의, 그리고 민주복지국가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통일국가는 인간이 정치공동체를 형성한 이래 줄기차게 추구해온 개인의 기본권 신장 (자유ㆍ 민주, 집회ㆍ 결사, 소유권 보장 등)과 사회정의 (소유의 공평한 배분) 실현의 조화를이룰 때라야 가능하다.
그 동안 70여년의 현대사는 사회주의 이념과 정치로는 절대로 이 두 가지 가치를 조화시킬 수 없음을 증명해 보였다.
작금 한국 사회의 좌우갈등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면 점차 심각한 갈등으로 확대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평양방문단 일행 중 실정법을 위반한 인물들에 대해서는이적성 여부 등을 철저히 가려 엄중히 처벌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탈법적이고 실정법을 무시하는 행위는 철저히 근절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류재갑 경기대 통일안보대학원장
[반대] 통일열정에 행동 경솔 인정 '북찬양'이란 확대해석 경계
평양 8ㆍ15 민족통일대축전 참가이후 안타까운 일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평양을 같이 방문한 일원으로서 일부 대표의 연행에 유감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우선 이번 3대헌장 기념탑제막식 참관 사태는 자연발생적 돌출행동에 기인한 것이다. 물론 참관도 불허한다는 정부 방침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참관자들은 분명 책임을 져야한다.
다만 참관을 불허한다는 것이 제대로 전해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 14일 저녁에야 방북 허가가 내려졌고 밤 9시에 실시된 방북 교육에서야 ‘방북허가-참관 불허’라는 방침이 전달되었다. 충분히 대비할 시간이 대표단이나 정부에도 없는 채로 15일 아침 출발이 이루어진 것이다.
평양에 도착해서 보니 북측 참가자들은14일부터 뙤약볕에서 이틀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북측 관계자들 논리는 평양까지 와서 행사 참관도 못한다면 무엇 때문에 왔느냐는 것이었다.
집행부가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도중 북측은 개별 참가를 종용했다. 남측 대표단이 평양까지 온 이상 밀어붙이면 참관 정도는 될 것이란 북측의 판단도 작용하고 있었다.
예의상 혹은 정에 못이겨 70~80명 정도가 참관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이 집행부 판단을 존중하지 않고 개별 행동을 했다는 것은 비판 대상이다.
참관만을 했을 뿐이지 거기서 무슨 발언을 하거나 성명을 발표한 것도 아니다.북측 행사를 구경을 한 데 지나지 않았다.
강정구 교수의 만경대 정신 발언은어디까지나 해석의 문제이다. 만경대는 김일성 주석이 항일투쟁을 훌륭히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곳이다.
그 가족은 아버지를 비롯하여 항일투쟁에서 다수의희생자를 낸 항일가계이다. 누구든 의미있는 관광장소에 가면 그와관련된 덕담을 남기고 싶기 마련이다.
8ㆍ15 해방 기념 통일행사에왔으니 당연히 만경대와 통일을 직결시키는 발상을 했을 것이다. 백두산 관광을 갔을 때에는 ‘백두산 정신’으로 통일하자는 구호나 발언도 많았다.
물론 정치적으로 확대 해석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강 교수가 생각없이 기록을 남긴 '불찰'이나 '실수'는 있었다.
그러나 이 행동이 사법적 처분까지 가야 할 성질의 것인지는 의문이다. 필자는 평양의 단고기(개고기)집에 갔을 때 너무 맛이 있어 ‘단고기 정신으로 통일 위업 이룩하자’고 방명록에 기입한 바 있다. 강 교수 사태는 남쪽 사회의 유연성, 관용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이번 방북은 정말 어렵게 성사된 행사이다.그 결과 내년 8ㆍ15에도 공동 행사를 치르고 북측이 서울로 대표단을 보낸다는 공동보도문이 발표되었다.
개별 분야, 단체별로 교류ㆍ협력 사업에 합의한 것도 많다. 이제 시작단계에 있는 민간 교류-협력의 싹을 키우고 이를 당국간 대화의 밑거름으로 삼기 위해서라도 체포 인사들에 대한 전향적인처리가 요청된다.
서동만 상지대 정치학교수
■대북원칙 재정립 필요- 보·혁갈등이 파문확대 법적용 범위놓고 고심
평양 8ㆍ15 통일대축전 행사에 참여한 방북단 중 일부 인사들의 ‘친북성행위’ 논란은 결국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과 찬양고무죄에 해당되느냐 아니냐의 여부로 모아진다.
법적으로만보면 일부 인사들이 사전에 북한과 교신을 했느냐는 것과 북한에서 김정일 혹은 북한체제를 찬양했느냐는 여부이다.
하지만 국가보안법 개정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있는데다 남북교류를 이어가는 것도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되고있어사법당국도 법적용을 범위를 놓고 고심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방북단의 한 관계자는 “진보진영 운동가들이막상 북한 땅을 밟으니 감정이 고조된데다 잔칫날 남의 집에 가면 듣기 좋은 말 하기 마련”이라며 “가는곳마다 김일성 동상이며, 탑이며, 초상이 걸려있기 때문에 처벌을 하려 들면 한도 끝도 없다”고 말했다.
결국 방북단 일부 인사에게 국가보안법을 들이대기 시작하면 온통 죄목을 걸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방북단 일부 인사의 발언이나 행동이 국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남한내 레드콤플렉스를 자극, 충격파를 던지기에 충분했다는 비판도 나오고있다.
더구나 일부 인사의 ‘친북적 행위’가정부와의 약속과 실정법을 어긴 ‘혐의’가 있는데다 남북관계에 오히려 찬물만 끼얹었다는 비판이 진보진영 내부에서조차 제기되고있다.
세종연구소의 백학순 연구위원은 “북한의 축제라는 것은 완전히 정치적 행사인데도 이에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일부 인사들이 비합리적으로 행동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원칙 없는 대북교류정책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북한에 자꾸 끌려가다보니 급진적인 집단에게 쓸데없는 모험심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며 “통일논의와는별개로 확고한 대북원칙이 세워져야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번 사안을 놓고 정치적 악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세종연구소 이종석연구실장은 “이번 파문은 사안 자체보다는 남한내 보ㆍ혁간갈등에 의해 더욱 커진 측면이 있다”며 “보ㆍ혁간감정적 싸움에 휘말리지 말고 냉정하게 사법적인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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