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직원들은 요즘 활기가 넘친다.1886년 시작된 근대 올림픽보다 9년이나 역사가 앞서 ‘통계올림픽’으로 불리는‘제53차 세계통계대회(ISI)’를 유치해 22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열고 있기 때문이다.이번 대회는 양과 질 모두 수준급이라는 평가다. 전세계111개국에서 2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포함한 2,359명의 전문가들이 참가해 29일까지 933편의 논문을 발표하게 된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진 념(陳稔) 경제부총리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 대통령은 개막식 영상메시지에서 정확하고 믿을 수 있는 통계가 시장경제 발전의 튼튼한 뿌리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통계의 엄격한 과학성과 객관적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통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그 순간 통계청의 신뢰를 훼손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통계청이 각국의 통계를 비교해 배포한 ‘통계로 본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자료가 긍정적 내용 일색으로 꾸며진 것이다.
통계청은 한국이 외환보유액(961억9,800만달러) 세계5위라는 통계를 제시하면서도 거꾸로 총외채는 7위, 단기외채 규모는1위라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비슷한 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다.배추 가격이 91%나 폭등한 지난 6월말에는 여름에는 출하되지도 않는 봄ㆍ가을 배추를 계산에 끼워넣어 가격 상승률을 실제의 3분의1수준인 31%로 낮춰 발표했다가 기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단 하나의 통계가 10페이지의 글보다 강하다는 말이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통계에 대한 철저한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통계청의 존재이유는 신뢰때문이지 ‘통계올림픽’때문이 아니다.
조철환 경제부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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