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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流' 10년大計 없으면 물거품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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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流' 10년大計 없으면 물거품될수도

입력
2001.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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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란중국과 동남아의 화교권에서 일고있는 한국 대중문화 열기를 뜻한다. 1996년 드라마를 시작으로 중국에 수출되기 시작한 한국 대중문화가 98년부터 가요쪽으로 확대되면서 중국 언론이 지난 해 2월 H.O.T의 베이징(北京) 공연을 계기로 이 말을 처음 썼다.

최근 2~3년 사이 중국뿐 아니라 대만, 홍콩, 베트남, 태국, 필리핀,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일대에서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한류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를 잡은 듯하다. 18일에는 안재욱, 베이비복스, NRG 등 한국 가수들을 보기 위해 대만 등에서 500여 명의 청소년이 내한했다.

이날 김한길 문화관광부장관은 안재욱, 장동건 등 한류의 주역들을 불러 오찬을 나누며 정부 차원의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한류는 아직까지 유행으로서만 존재하는 듯하다. 문화적 현상으로서의 한류를 문화산업으로 불을 지펴 우리의 대중문화 수출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현지 마케팅의 문제

일차적인 걸림돌은 중국 시장의 구조적문제. 중국은 세계 최대의 해적판 시장이라 할 만큼 불법 복제 음반이 성행한다.

무역진흥공사의 중국시장 분석 자료에 의하면 정품 음반 대 불법복제 음반의 비율은 1대 6. 중국에 진출한 한 음반 관계자는 “정품이 10만 장이면불법 음반은 20~30배에 달한다는 게 업자들의 공통된 느낌”이라고까지 말한다.

때문에 가수들은 음반 발매를 꺼리고 대신 일회성 콘서트에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의 경우도 방송사당 외국 영상물의 방영시간을 연간 20시간으로제한하는 중국 정부의 쿼터제가 걸림돌이다. 이를 풀기로 원칙적인 합의만 이뤄진 상태이다.

또다른 문제는 현지 매니지먼트사와의관계다. 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에선 언어적인 문제를 비롯해 현지인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하지만 현지 매니지먼트사는 물론 브로커 중에서도 계약을성실히 이행하지 않거나, 사기를 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사기를 당하면 호소할 곳도 없고 오히려 쉬쉬해야 하는 형편이다. 현지인들과 캐릭터 사업을추진하다 계약을 취소했다는 한 제작자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현지 지사를 차리는 것이지만 법적인 문제를 비롯해 힘든 점이한두가지가 아니다”라고 털어 놓았다.

■국내에는 문제가 없나

하지만 현지에서의 문제보다 심각한 건 국내다. 중국을 염두에 두고 있는 연예계업체들은 아직 철저한 시장분석과 치밀한 마케팅 전략 등 문화산업적 마인드가 부족하다.

음반업계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인플랜을 가지고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한류 열풍을 타고 한 건 올리자는 한탕주의가 이미 가요계에 만연해 있다”고 지적한다.

올해 베이징 공연 신청을 낸 한국 가수만 30여 팀에 달할 정도다. 그 중 상당수는 추진 단계에서 손을든다. 지난 해 10월 한국 가수들의 베이징 콘서트가 준비 부족으로 취소되자 중국 당국이 6개월 동안 한국 가수들의 중국 공연을 중지시킨 대표적인사례가 있다.

97년부터 중국에 한국 가요를 소개해 온 우전 소프트의 김윤호 사장은 “막연히 중국 시장의규모만 보고 법이나 유통망, 현지인들의 취향 등에 대한 준비 없이 달려들었다가는 손해 보기 십상이다. 준비 없는진출은 한국 연예인에 대한 중국인들의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말한다.

방송의 경우도 일단은 무조건 프로그램 가격부터 올리고 보자는 분위기다. MBC프로덕션 박재복 영상사업 2부장은 “가격을 올린다고 상품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적정가격을 유지하며 팔리는 상품에 대한 전략적 고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팔리는 드라마는 트렌디성이 강한 현대물이지만, 국내에서는 사극의 비중이 높아 벌써 공급할 만한 드라마의 절대량이 부족해지고 있다.

또 더빙을 고려한음향효과 분리제작의 확대도 절실하다. 음향효과가 분리된 프로그램은 수출단가도 평균 7배 이상 높다.

■장기적 전략과 경쟁력을 키워야

결국 해결책은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시스템과 치밀한 전략에 근거한 대중문화계의자체 경쟁력뿐이다.

4월 ‘중국시장과 대중음악 마케팅 지원방안’이라는 보고서를냈던 한국산업연구원 김화섭 연구위원은 “문화부와 산업자원부의 공조, 현지의 한국문화관 개설,중간 사기꾼에 대한 단속 등과 함께 우리 대중문화의 경쟁력을 높이는 궁극적인 대책 마련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단기간에 돈을 벌어 들이려는 조급함보다는 10년 뒤를 내다보고 한국 대중문화가 중국 내에서 최고의인기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우전 소프트 김윤호 사장은 “중국 시장을 공략하려면중국 사람보다 더 만만디해야 한다. 지금처럼 한국기획사가 먼저 몸이 달아 한국 연예인들을 데리고 가기 보다는, 중국기획사가한국 연예인들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 제대로 된 개런티를 받고 캐스팅만 해 주는 진정한 해외진출 시스템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고말한다.

이런 점들이 선결되지 않는다면,한류는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 한국에서의 홍콩 영화붐처럼 단지 한때의 유행으로 끝나버리고 말지도 모른다.

김지영기자

koshaq@hk.co.kr

문향란기자

iami@hk.co.kr

■ 중국내 안재욱 이팩트한류의 대표주자 중 한 명인 탤런트 겸 가수 안재욱. 그가 소속된 미르기획 노희정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현지의 한국 대기업들로부터 ‘우리도 넘지 못한 만리장성을 안재욱이 넘었다’는 칭찬을 듣는다.”

중국에서는 안짜이쉬(안재욱의 중국 발음)의 사인지 한 장이면 만사 오케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과연 안재욱 효과는 어느 정도나 될까.

이제까지 안재욱이 중국에서 판 음반은 1, 2집 합해 50여 만 장. 국내에서 2집만 60만~70여 만장 팔렸으니 사실 대단한 수치는 아닐 수 있다.

공연은 이제 비로소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가 9~12일 대만 국제 컨벤션센터에서 가진 공연은 한국 가수로는 최초의 대만 단독 유료 공연. 2회 공연에 13억 원을 벌었다.

드라마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별은 내가슴에’ ‘안녕 내사랑’ ‘엄마야 누나야’ 등 안재욱이 출연한 드라마의 평균 수출단가는 편당 4,000달러. 평균 20부작으로 계산하면 약 3억 원 정도.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안재욱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제까지의 한류는 열기에 비해 벌어들인 것은 많지 않다. 대개는 이름 알리기 수준”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음반 몇 장, 드라마 수출 몇 편은 표면적 수치에 불과하다. 문화산업의 진정한 부가가치는 음반을 듣고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 가수와 탤런트의 이미지를 사고, 그와 관련된 캐릭터 상품, 그가 입은 것과 유사한 패션 상품에 돈을 아끼지 않는 데서 발생한다.

안재욱은 이미 그 가능성을 충분히 입증했다. 중국 샴푸 '비가', 유나이티드 제약의 비타민제 '홍타민'등과 광고 계약을 맺었고 5~6개 업체와 협상이 진행 중이다.

안재욱의 경제적 효과는 보다 거시적인 차원에 있다. 그가 드라마에서 사용하거나 광고 모델을 하는 핸드폰, 컴퓨터 모니터 등 뭐든지 한국 제품을 갖고 싶어하는 하한쭈(哈韓族, 한국을 좋아하는 중국 청소년들)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99년 말 안재욱을 모델로 내세운 광고로 중국 PC용 모니터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최근 안재욱과 CF계약을 검토중인 진로 소주의 경우 연평균 중국 수출물량을 현재의 세 배인 300만 달러로 올려 잡고 있다.

한 장의 음반, 한편의 드라마에서 시작된 이 같은 연쇄적 소비는 궁극적으로 알게 모르게 현지인들 사이에서 한국 상품의 이미지를 높인다.

국민 한 명당 물건 1개씩만 팔아도 10억 개의 매상을 올릴 수 있다는 중국과 그에 못지 않은 잠재력을 지닌 동남아 시장.

제2, 제3의 안재욱이 나타나고 한류가 본격적인 문화산업으로 자리매김할 때 그 부가가치는 상상을 초월하고도 남는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한류의 주역들

역동적인 춤과 화려한 비주얼을 지닌 한국 가수들은 중국권에 문화적 충격을 던지며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다.

98년 대만에 진출한 가수 클론은 60만 장의 판매를 올리며 ‘국민가수’가 됐다. H.O.T와 NRG도 20만장에 육박하고 있다. 베이비복스 백지영 이정현 티티마 등 여가수들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엽기가수 ‘자두’는 9월 초 1집 음반을 대만에서 발매하고 프로모션을 시작할 계획이다. R&B가수 김조한과 배우 겸 탤런트 하지원도 31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리는 ‘슈퍼 한류콘서트’에 처음 참가한다.

강타, S.E.S, 신화, 플라이 투 더 스카이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모든 가수들은 10월 중 중국과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전역에서 투어를 갖는다.

일본에서 활동한 후 국내에 데뷔했던 여성 댄스트리오 투야와 댄스 듀오 UN도 중국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현지에서 방영된 트렌디 드라마의 높은 인기에 힘 입어 연기자들도 한류의 주역으로 톡톡히 한 몫을 한다.

‘가을동화’의 주역 송승헌과 송혜교는 대만 연예 관계자들 사이에서 캐스팅 순위 1위로 떠오르며 각종 드라마, 영화, CF출연 제의가 밀려들고 있다.

‘이브의 모든 것’의 채림도 인기스타로 급부상중이다. 탤런트 김남주는 이미 대만에서 라끄베르 화장품의 CF모델이 되어 이 제품의 대만내 인지도를 1위로 올려 놓았다.

김희선 이영애 장동건 차인표 최진실 김현주 이태란 김소연 고수 임경옥 등도 중국과 동남아에서 큰 인기다. 중국권의 연예 관계자들은 오늘도 한국 방송을 모니터하며 열심히 ‘재목감’을 찾고 있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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