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고통스럽지만 필요한 구조조정이지지 부진해 투자자들 사이에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개혁이 실종된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3일 보도했다.이 신문은 ‘한국이 비틀거리고 있다’는제목의 심층 분석기사에서 수출부진, 기업의 수익성 악화 등 겉으로 드러난 문제점 외에 특히 재벌이 지배해 온 낡은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절실한 문제가 난관에 봉착,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도입됐던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개혁 모델로부터 과거의 방식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대우자동차 해외 매각 부진, 하이닉스 반도체 지원 문제 등을 꼽았다.
대우 매각이 지연되고 있는 까닭은 인수 희망자인 GM이 비용이 많이 드는 부평 공장 인수를 원하지 않는데도 대규모 실업을 우려한 한국 정부가 이를 떠 안기려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이닉스 반도체의 경우 채권단이 유동성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부채의 출자전환 등을 고려하고 있으나 이는 문제를 은행으로 떠넘기는 것으로 시장상황이 나빠질 경우 국제결제은행(BIS)의자기자본비율 기준 등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 기업부분에 대한 정부 지원이 결국 시장의 역할을 무디게 만들어 경제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고를 인용했다.
분석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이 전적으로 정치적인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집권 초기 개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재벌과 언론으로부터 점점 더 큰 저항을 받고 있으며, 내년 6월 지방선거와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인기 없는 정책을 추진하길 원치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기업들이 정부의 보호에 익숙한 환경에서 성장, 외국과의 인수합병 등에 경험이 부족한 점도 해외매각 등이 지지 부진한 원인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 신문은 김 대통령이 1,00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고를 거듭 강조하는 등 한국 정부는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그래도 경제상황이 좋다고 말하고 있지만 개혁을 머뭇거릴 경우지금까지 어렵게 얻은 자유시장 경제로서의 국제적 명성을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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