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체제 극복을 위해 우리 국민이 감당해야 했던 고통과 희생은 가혹한 ‘IMF 처방’ 및 당국의 초기 대응실책 등으로 외환ㆍ금융위기를 겪은 다른 나라들 보다 훨씬 컸다는 주장이 나왔다.한국금융연구원 최흥식(崔興植) 부원장은 23일 열린 ‘IMF 자금 조기상환의 의미와 과제’ 심포지엄에서 “1997~1998년 중경상수지 적자를 흑자로 돌리는 과정에서 우리 국민이 감당해야 했던 경제적 희생의 정도를 ‘희생비율(Sacrifice Ratio)’로 산출해본 결과3.34에 달했다”며 “이 같은 수치는 아르헨티나 태국 등 9개 여타 경제위기국 평균 2.32보다 훨씬 높다”고 분석했다.
‘희생비율’은 적자로 돌아선 경상수지 1달러를 개선하기 위해 실질 GDP가 얼마나 감소했는 지를 따져 경제회복을 위해 국민이 얼마나 허리띠를 졸라맸는 지를 가늠하는 접근법.
최 부원장에 따르면, 이 기간 중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86억1,800만 달러 적자에서 403억6,500만달러 흑자로 전환된 반면, 불변GDP는 4,476억달러에서 2,849억달러로 감소했다.
최 부원장은 “이같은 사실은 우리 국민이 경상수지 1달러 개선을 위해 3.34달러의 실질 생산 감소를 지불했다는 것”이라며 “실질 생산 감소는 결국 대량실업 등국민 고통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반면, 유사한 경제위기를 겪은 다른 나라의 ‘희생비율’은 아르헨티나 1.44(1995년), 태국 1.07(1998년) 등이었고, 인도네시아가 11.84(1998년)을 기록,우리보다 유일하게 높았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우리의 ‘희생비율’이 유난히 높게 나온 것과 관련, “IMF 직후 한은의 지나친 통화긴축이 적절했는 지 의문”이라며 “1998년 당시 한은의 연간 본원통화 방출액은 IMF와 합의한 목표 보다도 무려 20조원 가까이나 적었다”고 지적했다.
IMF 극복과정에 수반된 국민의 ‘초과 희생’은 대부분 경제주권을 상실한 대가이지만, 이처럼 당국의 부적절한 대응도 상당한 원인이 됐다는 게 금융연구원측의 시각이다.
장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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