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이상 끌어온 현대증권ㆍ현대투신 매각협상이 23일 타결됨에 따라 대우차 매각과 함께 우리 경제를 옥죄던 최대 뇌관중 하나가 제거됐다. 우리나라 대외신인도도 그만큼 향상될 전망이다.그러나 정부가 가시적 성과에만 집착, 매각을 서두름에 따라 부실금융기관도 아닌 현대증권의 신주가 10% 가량 할인 발행되는등 지나치게 헐값에 매각됐다는 지적이 높다.
▦MOU 체결 내용
AIG와 정부는 현대 금융계열 3사에 대해 각각 1조1,000억원, 9,000억원 등 총 2조원을 투입한다.
AIG는 현대증권에 우선주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4,000억원을 출자, 지분 29.45%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된다.
현대그룹은 지분이 22%에서 14.3%로 감소,2대주주로 남지만 지분을 제3자에게 위탁, 의결권을 포기하게 된다.
AIG는 또 현투증권과 현투운용에 6,000억원, 1,000억원씩 투입하는데,현투운용과 현대증권에 투입한 5,000억원은 현투증권에 재출자 된다.
이런 방식을 통해 총 2조원이 투입되면 현투증권은 현재 1조600억원 자본잠식에서 자본금이 9,400억원으로 늘어난다.
우리 정부는 현투증권과 현투운용에 각각 8,000억원, 1,000억원을 투입하는데 현대그룹이 이미 현물출자한 현대오토넷 등의주식을 매각, 2,400억원 가량은 회수할 계획이다.
공적자금 조달방식은 예금보험공사에서 전액 출자할지, 증권금융을 통해 우회출자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한편 정부와 AIG는 상대방 동의 없이 3년간 지분을 매각할 수 없으며, 특히 AIG는 3년이 지나더라도 현대그룹에는 지분을 매각할 수없다. 사실상 현대그룹이 금융업에서 손을 떼게 되는 셈이다.
아울러 정부는 현투증권이 보유한 부실자산을 보전해주기 위해 현투증권의 CBO(채권담보부 증권) 펀드내 1조800억원 규모의서울보증채, 리스채 등을 예보와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매입할 방침이다.
이들 채권은 추후 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공적자금 투입은 아니라는게 정부 설명이다.
이와 함께 기존 주주에 대한 감자가 불가피하지만, 소액주주(24.29%ㆍ2만3,000명)에 대해 부분감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대증권, 헐값 끼워팔기 지적
이번 협상 결과 AIG는 4,000억원으로 현대증권 경영권을 인수하게 됐다. 그러나 신주 발행가는 1주당 8,940원으로1주당 순자산가치(1만2,000원 내외)는 물론, 22일 시가(1만500원)보다도 10% 가량 할인됐다.
더욱이 AIG측 출자지분은 통상 의결권이 배제되는 우선주임에도 불구, 의결권이 부여되며 매년 5%씩 다른 주주에 우선해 배당이 주어진다.
또 AIG의 현대증권 출자분은 전액 현대투신증권에 재출자 되기 때문에 내부 유보되는 자금은 전무하다. 결국 현대증권은 실제 들어오는 돈 한푼 없이, 고스란히 경영권을 내주는 셈이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 관계자는 “만일 국내업체라면 4,000억원에 현대증권을 인수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정부가 조속한 타결에만 집착, 헐값매각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금감위 감독정책 2국장 일문일답
이우철(李佑喆)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 2국장은 23일 “AIG와 체결한 MOU는 강력한 구속력을 갖는다”며 “본 계약시 양측은 MOU에 표기된 것과 배치되는 주장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MOU를 위반하면 위약금이 있나.
“위약금 조항은 없지만 고의로 손해를 끼쳤을 때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AIG가 인수한 현대증권 신주를 할인 발행한다면 헐값 매각 아닌가.
“현대와 AIG가 합의한 매각 가격은 현대측이 예전에 AIG측과 협상시 제시한 가격보다 높다. 현대증권 주가가 현재 1만원 정도지만 이는 AIG의 인수발표가 임박했다는 사실때문에 주가가 오른 것이다. 또 AIG가 인수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손실과 비교해보면 절대 헐값이라 할 수 없다.”
-정부가 투입할 9,000억원 가운데 얼마를 공적자금으로 메우나.
“현대전자 등이 현물출자한 주식(2,400억원 상당)이 정부측 지분으로 인정받아 이를 제외한 6,000여억원 가운데 일부를 공적자금으로 메울 것이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AIG컨소시엄
현대증권ㆍ현대투신을 인수하는 AIG 컨소시엄은(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 미국 최대의 보험회사로, 현재 세계 130여개국에서 영업중인 다국적 금융그룹이다.
지난해말 기준 총자산이 3,066억달러로 경제전문지인 ‘포천’이 미국내 17대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AIG의 전신은1919년 중국 상하이(上海)에 설립된 소규모 보험사인 AAU.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생보사업을 시작해 1939년 본사를 미국으로 옮겼다.
1962년 현재AIG 회장인 모리스 그린버그가 취임하면서 법인영업위주로 조직을 개편하고 활발한 인수합병을 통해 최근 전세계 보험업계의 최강자로 군림하게 됐다.
금감위 관계자는“AIG 컨소시엄의 성격은 투자차익 목적의 포트폴리오 자금이 아니라, 국내 영업기반 확장을 위한 장기투자 자금 성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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