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와 공안당국이 8ㆍ15평양축전 남측대표단 방북승인 과정에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이 북측과 연석회의 개최를 위해 사전교신 해 온 사실을 알고도 허가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이에 따라 공안당국이 범민련의 사전교신 사실과 불법회합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했으면서도 윗선의 눈치를 보느라 방북을 묵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공안당국에 따르면 범민련 남측본부가 8ㆍ15 평양축전을 앞두고 북측과 e메일 등을 통해 사전교신을 해 온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들의 방북을 적극 제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더구나 국정원은 범민련의 연석회의 개최에 대비, 방북단에 직원 10여명을 동행시켜 이들의 동향을 감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범민련의 강령개정 움직임 등 세부동향은 이전부터 주시해 왔으며 통일부에도 방북불가 의견을 냈었다”며 “그러나 햇볕정책과 남북교류 분위기를 고려, 검찰이나 국정원이 이전처럼 적극적으로 반대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범민련측도 이날 공안당국이 범민련 남북측 본부간 팩스와 e메일 등 교신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 뒤늦게 ‘희생양 만들기’식 수사를 하고 있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범민련 관계자는 “범민련 합법화 추진과정에서 지난해 11월부터 북측본부와 매일 팩스문서와 e메일을 통해 강령개정 논의를 해왔다”며“국정원 등 공안당국은 남북간 팩스교신이 있을 경우 일일이 확인할 만큼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범민련의 이러한 움직임은 이달 초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등 공공연한 사실이었다는 지적이다.
한편 통일부는 지난 14일 8ㆍ15 평양축전 행사참가 신청서를 낸 김규철 부의장 등 범민련 간부 5명에 대해 이적단체 소속임을 알면서도 통일연대 소속으로 신청됐다는 이유로 방북을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통일부는 “이적단체 소속으로 방북을 허가하는 건 곤란하다”는 검찰의 반대의견을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통일부는 다른 간부들과 함께 방북신청서를 냈던 범민련 이종린 의장에 대해서는 의장이라는 직위와 상징성을 이유로 방북불허를 통보했던 것으로 밝혀져 방북심사 기준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통일부와 공안당국은 사전교신 사실을 알고도 방북승인을 한 것은 당국의 직무유기라는 비난에도 불구,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통일부는 “검찰, 국정원 등 관계기관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원칙에 따라 승인결정을 내렸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검찰과 국정원은 “방북승인 불가입장을 서면으로 통보했다”며 통일부측을 힐난했다.
한편 범민련과 통일연대 등 사회단체들은 “정부가 직접 범민련 등의 방북을 승인해 놓고 비난여론이 일자 뒤늦게 ‘용공몰이식’ 수사를 하는 것 아니냐”며 관련자에 대한 공안당국의 사법처리를 강력히 비난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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