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징용ㆍ징병자를 태우고 귀국하던 수송선 ‘우키시마(浮島)’호 폭침 사건의 생존자 15명에 대한 배상판결이 난 23일, 유족 및 생존자, 관련 단체들은 일본의 전쟁책임을 묻는 한국인 소송의 첫 승소 사례라고 반기면서도 정확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생존자 정기영(鄭基永ㆍ75ㆍ충남천안시 사직동)씨는 “일본은 사건 당시 한국인 524명이 죽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5,000여명이 숨졌고 1,500여명만 살아 돌아왔다”며 “고향에 돌아간다는 기쁨에 젖어 있다 변을 당한 동료들의 한을 씻어주는 일이 돈보다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키시마호 폭침진상규명회 전재진(田在鎭ㆍ45) 대표는 “일본이 배상 책임을 최초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이번 소송의 혜택이 생존자에만 국한됐고 금액도 실질적인 배상이 되기엔 부족하다”며 “사건에 얽힌 의혹을 풀기 위해서 일본 정부가 관련자료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김은식(金銀植) 사무국장은 “일본 법원이 공소시효를 따지지 않고 ‘국가의 안전의무 불이행’ 책임을 시인한 것은 앞으로 관련 소송에 좋은 판례가될 수 있다”며 “일본이 배상 책임을 지기로 한 이상 정부도 우키시마호 사망자를 확인할 수 있는 ‘징용자 명부’를 정리해 유족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관련단체와 생존자, 유족들은 우키시마호 폭침사건 56주년인 26일, 이 사건을 다룬 북한영화 ‘살아 있는 영혼들’ 시사회가 열리는 서울 남산빌딩 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우키시마호 폭침 희생자 전국 합동 위령제’를 갖기로 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日 현지반응 / 日정부 "엄격한 판결로 받아들이겠다"
일본 교토 지방법원이 23일 우키시마호 사건에 대해 원고측의 일부 승소판결을 내리자 일본 정부는 당혹감을 표시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섰으며 징용 희생자 유족들은 일본 정부의 사죄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데다 배상 대상자가 제한됐다며 반발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판결직후 담화를 통해 “국가로서는 엄격한 판결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관계 부처와 충분히 검토해서 대응책을 결정하겠다”고 밝혀 적극적으로 대응할 뜻을 시사했다.
원고측 수석변호사인 오노 마사요시(小野誠之)씨는 “법원이 폭발과 침몰의 진상을 덮어둔 채 일본 정부의 공식적 사죄 요청을 무시하고 관련 피해자들 모두에게 배상하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다”며 “항소 여부는 추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번 판결은 징용자에 대한 첫번째 배상으로 상징적인 의미가 있으며 징용자들의 다른 소송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원고단 대표로 재판에 참석한 송두회(宋斗會ㆍ86)씨도 “일본 국민으로서 징용에 끌려가 강제노역을 한 후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보상받지 못했다”며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와 교과서 왜곡에 이어 사법당국에서도 사죄가 실현되지 않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또 유족인 장영도(張永道ㆍ68)씨도 “당시 어머니 누이 등 일가족 6명이 승선했다가 3명이 숨졌다”며 “일본이 과거를 청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은 수치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비난했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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