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의 1976년 작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는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을 적나라하게 파헤쳐 충격을 준 책이다.
“자연은 이기적 유전자를 지닌 생명체들의 거대한 생존 투쟁의 장이고, 모든 생명체는 적자 생존을 위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감행하며, 이 투쟁 과정에서는 개체 차원의 이기성과 함께 집단차원의 이기성도 함께 나타난다”는 도킨스의 주장은 ‘군주론’의 마키아벨리, ‘리바이어던’의 홉스, ‘인구론’의맬더스 등으로 이어지던 성악설의 계보를 사회생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었다.
과연 인간이 다른 자연계의 생물과 마찬가지로 유전자부터 이기적이라면 그들의 도덕과사회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매트 리들리(43)의 ‘이타적 유전자’는 이 질문에서 시작한다.
그는 ‘털 없는 원숭이’에 불과한 인간이 비정한 자연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선택한 최고의 전략을 바로 이타성으로 본다.
“이성을 지닌 인간은특별하게 이타적인 본성을 진화시켜 왔다. 도덕과 사회성은 ‘이타적 유전자’의명령이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저자는 이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첫번째 예로 러시아 무정부주의자 표트르 크로포트킨의탈옥 일화를 들려준다.
크로포트킨은 1876년 상트 페테르부르크 교도소에서 동료와 지인들의 도움으로 극적인 탈옥에 성공한다.
크로포트킨은 그의저서 ‘상호 부조’에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던 철의 감옥으로부터 그를 탈출시킨 것은 바로 ‘상호부조’였고, 이것은 그 자신이 혁명가로서의 활동을 통해 획득한 ‘신뢰’의산물이었다고 기술했다.
“누가 최적자(最適者)인가? 서로 끊임없이 전쟁을 치르는종(種)인가, 아니면서로 도와가며 살아가는 종인가? 상호부조의 습성을 배운 종이야말로 의심할 여지없는 최적자이다”라는 것이 크로포트킨의체험에서 나온 결론이다.
매트 리들리는 게임이론과 죄수의 딜레마 이론 등 인간의 합리성을 설명하는 현대적이론은 물론, 고금의 수많은 예화들을 퍼즐을 풀어나가듯 들려주며 인간의 이타성을 증명한다.
전문서라기보다는 보다 이타적이고 아름다운 사회를 꿈꾸는이들을 위한 교양서로 읽힌다. “인류가 진화를 통해 집적한 사회적 본능은 다른 종들과 인류를 구별짓는 특징이며, 인간의 생태학적 승리”라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책의 원제는 ‘The Origins of Virtue’이다. 옥스포드대 동물학박사로지난해 출간한 ‘게놈’ 등의 저서로도 잘 알려진 저자는 ‘이타적유전자’가 출간된 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로부터 “내책과 짝을 이룰 책이 있다면 바로 이 책”이라는 칭찬을 들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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