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윌리엄(TheKnight’s Tale)’을 감상하고 나면 아마 “재미있다” “재미없다”는말 대신 “넘(너무) 재밌다” 혹은 “짱(짜은)난다” 식의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고전 시대극의 모양새를갖춘 것 같은데 퀸의 ‘We Will Rock You’를응원가로 부르는 14세기 관중이 있는가 하면, 무도회 장면에서는 왈츠가 어느새 디스코로 바뀌어 있기 때문이다. 고전시대극을 신세대 감성으로 변주하니, 꼭 ‘김치 햄버거’나 ‘케첩 떡볶기’같은맛이다.
14세기 유럽, 시종 윌리엄(헤스 레저)은 말을 타고 봉으로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마창(馬槍)대회에참가하려던 자신의 주인인 기사가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엉겁결에 대신 참가해 우승한다.
동료 롤랜드, 와트는 길을 떠나다 도박 빚 때문에 알몸으로숲 속에 버려진 초서( ‘켄터베리 이야기’를 쓴 바로 그 제프리 초서)’를 만나게 된다.
‘기사울리히’로 신분을 속이고 출전해 그는 연승가도를 달리고, 귀족 여성 조슬린(새넌 소세이먼)과 사랑에도빠진다, 그러나 조슬린을 사랑하는 프랑스 용병대장 에드헤머(루퍼스 스웰)는 그의 비밀을 폭로해 그를 단두대에 세운다.
어린 나이에 시종으로 팔려온 꼬마 윌리엄의 ‘왕자병’이현실이 되는 것도 흐뭇하고, 프로 레슬링 사회자를 패러디한 초서의 입담이나 “나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려면 경기에 져달라”로 터무니 없는 떼를 쓰는 조슬린과의 사랑도 아기자기하다.
그러나 죽음 직전 왕자가 나타나 그를 귀족으로 만들어 주는 해피 엔딩은 기껏 부풀려 놓은 영화적 유쾌함의 맥을 빠지게 한다.
1996년 바즈 루어만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경쾌한 퓨전식시대극이지만 격이 좀 떨어진다.
신 리지의 ‘The Boys Are Back In Town’, 퀸의 노래에 로비윌리엄스의 목소리를 입힌 ‘We Are The Champions’ 등 경쾌한 사운드 트랙을 즐기며 팝콘 한 봉지를 비우기에 알맞은 퓨전 드라마. 24일 개봉.
박은주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