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의 고등학생들이 멍석을 깔고 앉아 있다. MC가 문제를 내면 이들은 화이트보드에 답을 적어 머리 위로 들어 올린다.답을 맞추면 살아남지만 틀리면 자리를 떠야 한다. 이렇게 50문제를 맞추면 골든벨을 울릴 수 있다. 31일 100회를 맞는 퀴즈프로그램 ‘도전 골든벨’(KBS2)은 이와 같은 문제풀이 포맷으로 꾸준한사랑을 받아왔다.
퀴즈프로그램은 ‘오락’과 ‘교양’을동시에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에게 매력적이고, ‘명예’와 ‘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인들의 참가를 이끈다.
연예인이 출연하지 않아도잘 나가는, 대표적인 방송프로그램이다. ‘생방송 퀴즈가 좋다’(MBC)에 출연하려면 1,000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야 할 정도로 퀴즈프로그램의인기는 높다.
퀴즈의 형식이 다양해졌다. 문제풀이 포맷의 차별성이 승부처인 셈이다. 서너 명의 출연자 중 맞힌 문제 개수가 많은 사람을 우승자로 결정하는 고전적 스타일에서 벗어났다.
우리 고유의 과거시험장을 현대적으로 탈바꿈시킨 퀴즈 포맷은 ‘도전 골든벨’의 자랑거리. 유생들은 교복차림의 고등학생들로, 화선지와 붓은 화이트보드와 매직펜으로 바뀌었다.
프로그램의 독창성을 인정받아 2000년, 2001년 연속 에미상 본선에 진출했다.
서바이벌적 요소를 강화한EBS ‘장학퀴즈’도 한층 긴박감이 살아난다. 마지막 3단계까지 살아 남으려면 문제를 많이 맞히기도 해야 하지만 경쟁자가 문제를 풀 기회를 앗아야하는 방식이다.
문제를 맞히면 경쟁자의 점수를 깎아먹게 되고 원래 받은 점수를 모두 잃은 사람이 탈락하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포맷이라고 밝힌다.
하지만 인기 퀴즈프로그램이 외국프로그램의 포맷을 거의 그대로 본뜬 경우도 있어, 독창적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노력 부족에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생방송 퀴즈가 좋다’는 미국ABC의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Who Wants to Be a Millionaire)’를, KBS2에서 방송되는 집단공존방식의 ‘퀴즈정글’은영국의 ‘위키스트 링크(Weakest Link)’의 형식을 빌어왔다.
‘생방송 퀴즈가 좋다’의 최영근 PD는 그러나 “표절은 아니다”고 주장한다.“아이디어는 독창적이지 않지만 ARS(자동전화응답서비스) 찬스, 지우개 찬스 등 우리 실정에 맞게 바꾸었고, 생방송으로 퀴즈 프로그램을 진행하는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퀴즈프로그램은 우리의 방송현실에서 연예인 위주의 오락프로그램 대안으로 가능성이 충분하다. 퀴즈를 푸는 이들의 끼뿐만 아니라 퀴즈를 만드는 이들의 끼가 더해진다면, 더 매력적일 것같다.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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