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22일 오장섭(吳長燮) 건교부 장관을 경질한 것은 내각의 기강 확립과 민심 수습을 위해 취해진 불가피하면서도 당연한 조치였다.미연방항공청(FAA)의 항공위험국 판정으로 우리나라가 막대한 유형ㆍ 무형의 피해를 본 사실 하나만으로도 오 장관의 책임을 물어야 할 충분한 사유였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오기전에 비교적 신속하게 조치가 이루어진 것은 때늦은 경질은 민심 수습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음식도 식거나 불어 터지면 먹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자민련 출신 장관의 경질에 대한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의 양해 등 일정한 절차가 필요했고 이 과정에서 JP 대망론, 공동 여당의 감정적 틈새 등과 맞물리면서 한 때 혼선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한광옥(韓光玉) 청와대 비서실장이 “20일 JP 를 방문했을 때 이미 결론이 났다”고 말했듯이 내부적으로 오 장관 경질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오 장관의 경질은 행정적으로나,정치적으로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우선 공직사회의 이완을 용납하지 않고 집권 후반기를 다잡고 가겠다는 여권 핵심부의 의지가 잘 드러나있다.
이 같은 흐름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라 항공위험국 판정에 책임있는 건교부 관료들의 ‘줄초상’으로 이어질 게 확실하다.
정치적으로는 JP가 경질을 수용했고 후임에 자민련 출신인 김용채(金鎔采) 토지공사사장이 임명됐다는 점은 DJP 공조가 큰 틀에서는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 해주고 있다.
공동 여당간에 이견이 엄연히 존재하고 앞으로도 우여곡절이 계속될 것 이지만, 공동 정부의 궤도가 틀어질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JP가 식솔의 구명 보다는명분과 민심을 택했다는 점이 더 의미있는 대목일 수도 있다. JP 대망론이 진검승부용이 아니냐는 확대 해석이 나올수 있다.
또 다른 관심사인 개각은 오장관 경질로 일단 수그러든 분위기다.
10ㆍ25 재ㆍ보선에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을 차출하면서 일부 경제ㆍ사회부처 장관을 함께 교체하는 보각이 정기국회 전에 있을 수는 있지만 주요 포스트를 바꾸는 당정개편은 일단 접어진 기류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한나라 "전형적 나눠먹기 인사"
한나라당은 오장섭 장관의 경질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면서도, 김용채 신임 장관 임명에 대해선 전형적인 나눠먹기 인사라고 두들겼다.
김기배(金杞培) 사무총장은 “DJP 갈라먹기 인사로 나라가 이 지경이 됐는데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 했다”고 말했고,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당연히 함께 경질돼야 할 임동원(林東源) 통일부 장관을 그냥 놔 둔 것은 이 정권이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는 증거”라고 몰아붙였다.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에서 “현안이 산적해 있는 건교부 장관에 전문성도 도덕성도 없는김용채씨를 임명한 것은 국민모독”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조기수습 차원에서 오 장관의 경질이 불가피했다는반응을 보이면서도 임동원 통일부장관의 거취 문제 등으로 불똥이 옮겨가지 않기를 바라는 모습이었다.
자민련은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빠를 줄 몰랐다”며 다소 놀라워 했다.
그러나 전날 오 장관과 김용채 신임장관에게 인사내용을 미리 통고한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는 밝은 표정으로 “대통령께서 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련 관계자들은“문책여론에 대한 부담을 던 데다 후임에 측근인 김용채 장관이 임명돼 홀가분한 모양”이라고 풀이했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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