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상봉한 딸을 상대로 사기를 친 어머니에게 법원이 “인륜을 벗어난 범죄”라며 중형을 선고했다.이혼한 뒤 어린 딸 셋을 남기고 독립한 어머니 이모(51ㆍ회사원)씨가 20대의 성숙한 사회인으로 성장한 딸들을 만나게 된 것은 1999년.
이때 이씨는 “어머니 노릇을 할 기회를 달라”며 딸들을 설득, 모녀는 20년만에 한 지붕 아래 살게 됐다.
그러나 한동안 어머니 역할을 하던 이씨가 늦게 들어오는 날이 차츰 많아졌고 딸들 역시 이런 어머니에대해 섭섭한 감정을 갖게 됐다.
결국 큰딸 정모(28)씨가 우연히 이씨의 범행을 알게 되면서 이들의 어색한 동거는 파경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딸들과 같이 산 이후 정씨의 명의를 이용해 신용카드, 백화점 카드 등 5개의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무려 8,000여만원을 사용한 것이다.
이씨가 2,000여만원 밖에 변제를 못하자 나머지 6,500여만원의 카드빚을 감당할 수 없었던 정씨자매는 결국 어머니를 경찰에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사건을 맡은 서울지법 형사13단독 윤병철(尹柄喆) 판사는 이씨에 대해 사기 등의 죄를 적용해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윤 판사는 “신용카드로 불법대출(카드깡)을 받는 등 사용처가 좋지 않았다”면서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모녀 사이에서 사기를친 것이 더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어머니 이씨의 경우 직계가족 간의 사기, 절도 등의 범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을 수 있다는 법규정에 따라 이번 처벌을 피해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윤 판사는 “이번 사건에서 직접적인 피해자는 신용카드회사이기 때문에 어머니라는 이유로 면책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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