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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언론에 대한 우울한 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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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당] 언론에 대한 우울한 은유

입력
2001.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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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대로 언론은 ‘제4의 권력’, ‘파수견(把守犬)’ 등으로 비유돼 왔다. 언론의 정치권력에 대한 견제기능과 사회환경에 대한 감시역할을존중하는 은유다. 언론이 ‘네 번째 권력’ 이라는 것은, 역사적으로 정치의 힘이 언론의영향력보다 우세해 왔다는 경험을 반영하고 있다.그런 이유로 어느 사회에서든 정치 권력에 맞서기 위한 ‘언론의 자유’ 라는 말만큼 대중적 지지를 받은 것도 드물다.

지금 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하여 언론사가 정부와 빚는 갈등에도 분명히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논란은 접어두고,어떻게 ‘제4의 권력’ 이 ‘제1의 권력’ 과 힘 겨루기가 가능하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 궁금하다.

그 답 가운데 하나는 권력의 서열이 바뀌었다는 주장이다. 파리 7대학 교수이자 ‘르 몽드 디플로마티크’ 지 편집장인 이냐시모 라모네는 정치와 언론의 역학관계를 이렇게 분석한다.

오늘날 제1의 권력은 명백히경제가 행사하고 있다. 첫번째와의 얽힘이 매우 강하고 복잡하게 나타나는 두 번째 권력은 분명히 미디어적인 것이다. 정치 권력은 세 번째 위치만을 차지하고 있다.> 그는 또 언론인에 대해 매우 모멸적 은유를 담고 있는 언론학자 세르주 알리미의 저서 ‘새로운 집 지키는 개’ 를 인용함으로써, 충직한 ‘파수견’ 의 이미지를 비틀고 조롱한다. 기자로서 자존심상하는 말이지만,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는 알리미의 책이 ‘소수 존경 받는 프랑스 언론인들의 폐해를 훌륭하게 보여주었다’ 고 평가한다. 프랑스의 미디어들은 반(反)권력을 선언했다. 그러나 신문이나 라디오 텔레비전은 숭배대상이 된 저널리즘과 금융관련 대기업들, 시장중심의 사유에 의한 공모(共謀)의 망에 지배 받고 있다. 도처에 모습을 나타내는 소수의 기자들은 세계 지배자들의 이익에 봉사하고있다.>

노엄 촘스키는 ‘셰익스피어나 프로이트 만큼 자주 인용된다’는 언어학자다. 80여권의 저서를 낸이 미국의 대표적 지성의 관심은 광범위하다. 그 역시 미국의 대외정책과 관련하여 언론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언론은 ‘강조와 생략, 선택’ 등을 통해 사회 권력집단의 이익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그는 보도가 왜곡되는 원인을 몇 가지로 요약한다.

그 중에는 ‘보수 우익단체 같이 자기 견해와 다른 기사를 비난하고 이를 통해 언론과언론인을 통제하고자 하는 격렬한 논쟁(flak)’ 과 ‘국가적 종교 혹은 통제 메커니즘으로 작용하는 반공사상’ 도 포함되어 있다. 이 ‘격렬한 논쟁’ 과 ‘반공사상’ 역시 최근 한국 독자에게 낯 익은 말이다.

지난 2일 발표된 원로ㆍ시민단체의성명은 아무리 봐도 정부와 언론 간의 갈등을 우려하면서 사회의 통합을 권고하는 보편적ㆍ중립적인 글이었다. 그러나 이 성명서에 대한 몇 신문의 보도는자신들이 비판하고 개탄한 이분법적 자세와 다르지 않았다.

자사 입장에 맞도록 성명서의 각론을 선택ㆍ강조하고 총론을 과감히 생략하거나, 혹은 그반대였다. 그 신문들은 독자가 성명서의 진실에 접근하는 것을 끈질기게 방해했다.

라모네 교수는 ‘기자가 도태되고 있다’는 우울한 진단도 내린다. 뉴스 체계는더 이상 기자들을 원치 않으므로, 그들은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스’ 에서처럼 단순공정에 종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책 ‘커뮤니케이션의 횡포’는 체코대통령이자 시인인 바츨라프 하벨의 말로 끝을 장식하고 있다. 도덕적 진리와 진정성 있는 가치들이 인정받기까지는 긴 세월이 필요하다. 그러나 마침내 그런 가치들이 승리하는 것이다.

박래부 심의실장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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