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가 정상적으로 느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 모두 치매에 걸리게 된다는 일반적믿음은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 박상철 서울대의대(생화학과) 교수와 함께 7~8월 국내 100세 이상 장수인의 건강ㆍ생활 실태를 처음으로 조사한최윤호 성균관대의대(내과) 교수는 조사 대상 노인의 약 80%는 인지 기능이 정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제까지 의학계의 정설은 85세 이상 노인의30%가 치매이며, 나이가 들수록 점점 환자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100세 이상까지 장수한다는 것은 인간의 최대 수명에 근접해 사는 것이다. 비록 얼굴은 검버섯 투성이고, 치아도 거의 없지만, 초고령노인들은 혈압, 혈당치 등 대부분 건강수치도 정상이었다.
조사대상자의 약 3분의 2가 수축기(최고)혈압 140㎜Hg, 확장기(최저) 혈압 90㎜Hg이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조사대상자의 3분의 1이 와병 중이었지만 이들도 대부분 건강을 유지했다가 최근 1~2년 사이 병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100세 이상 노인들은 질병 없이 건강하게 지내다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한꺼번에 많은 질환이 나타나 급격하게 기능이 감소해지면서사망에 이르는 것 같다”면서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고혈압, 당뇨병, 관상동맥질환 같은 성인병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100세 장수를 기대해봄 직하다” 고 말했다.
조사 결과 유전적 영향도 커, 형제 자매들도 장수하는 경향이 높았다. 이번 연구의 보다 정밀한 통계와 장수인들의 생리기능,생화학적 지표 등 종합 결과는 두세 달 후에 발표될 예정이다.
■하루 세 끼한 공기씩
연구에 참여한 한남대 이미숙(식생활학과) 교수는 “경상도 지역 조사 대상자들은 된장과 쌈장, 전라도 지역 대상자는 김이 없으면 한 끼도못 먹는다고 응답할 정도로 콩류와 해조류를 즐겨 먹고 있다”고 말했다.
콩에 포함된 ‘아이소플라본’의 항암, 항지혈, 항산화 효과는 이미 널리알려진 사실이다. 일본인들이 장수식품으로 첫 손가락에 꼽는 다시마를 즐겨 먹는 노인들은 거의 없었다.
단백질 급원으로 호남의 노인들은 조기와 갈치를, 영남 노인들은 새우젓을 꼽았다. 기본적으로 식사량도 많아 대부분은 3끼마다 한 공기씩비운다고 대답했다.
이 교수는 “농촌의 밥 한 공기는 도시인보다 훨씬 많은 양으로, 탄수화물을 지방이나 단백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섭취하고있었다” 고 말했다.
하지만 식사량은 늘 일정해, 간식을 많이 할 경우에는 밥을 덜어내 먹는 사람이 많았다. 돼지고기, 닭고기 등도 비록 치아가없었지만 오물오물 잘 씹어 소화해 내고 있다.
■독립적이고 활동적인 일상생활
100세 이상 장수인들은 독립적이었으며, 활동성도 좋았다. 박상철 교수는 “스스로 속옷을 빨아 입고, 자신의 방 청소는 직접 한다는 노인도 많았다” 면서 “ 일부 노인은 고추 다듬기, 이삭줍기 등 농사일을 거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근처에 위치한 자식의 집을 방문하는 것을 소일거리로 삼는 노인이 많았으며, 400㎙ 거리의 아들 집을 한 시간이 넘게 걸어서 하루에도 서너 번씩 왕래한다고 응답한 노인도 있었다. 성격은 대체로 고집이세고 자존심이 강했다.
‘자식 잡아 먹고 오래 산다’ ‘자녀의 명을 이어 산다’ 는 말도 있지만 이들의 부양자는 다양했다.
한경혜 서울대 생활과학대 아동가족학과교수는 “아들은 세상을 떠나고, 며느리나 심지어 손주며느리가 부양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3~4대의 짐을 혼자서 떠맡으며 정신건강상 어려움을 겪는며느리들도 꽤 있었다” 고 밝혔다.
한 교수는 “전체 라이프 사이클의 3분의 2가 넘는 60~70년 이상을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함께 보낸다는 것은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생활상일 것” 이라고 진단했다.
전체 노인의 10% 정도는 독거노인이었는데, 전라도 지역의 경우 친척끼리 모여 사는 집성촌이 많아 비록 자녀가 부양하지 않아도 가까운 친척이나 동네 주민이 수시로 방문하는 등 지역사회의 배려가 장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의 삶은 자녀가 모시고 살면서 비참하게방치된 경우보다 오히려 나았다고 조사단은 말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딸과 사는 사람도 많았으며, 며느리와 사는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관계가 건강해 보였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부모는아들이 모셔야 한다는 기존 가치관도 변화해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부정확한 100세 이상 통계
박상철 교수팀은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2000년도 주민등록인구에 근거해 이번 조사를 벌였다.
이 통계에 따르면 2000년도 기준 전국의100세 이상 인구는 2,220명(남 172, 여 2,048). 이를 바탕으로 인구 10만 명당 100세 이상 인구가 20명이 넘는 지역을 골랐는데,실제 찾아가 보니 잘못된 호적 기재로 20명이 밑도는 지역도 상당수 있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실제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도 있었고, 호적에오른 첫번째 부인의 이름으로 두번째 부인이 살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조사대상으로 삼은 100세 이상 노인은 첫 자식이 80세가 넘은경우만을 골라, 예천(6), 상주(7), 거창(5), 함평(7), 영광(8), 보성(7), 담양(8), 곡성(7), 구례(7) 등 9곳의 62명이었다.
남자 노인은 파악되는대로 무조건 포함시켰지만, 여자 54명에 남자가 8명으로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7월말 파악한 100세 이상 고령인구는 1,438명(남 112, 여 1,326)으로 주민등록상 숫자와 크게 차이가 났다.
85세 현역의사 김응진씨- '테니스…골프…운동으로 활력"
85세의 현역의사. 국내 당뇨병의 최고 명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응진 을지중앙의료원 의무원장 겸 당뇨센터 교수.
일주일에 나흘이나 환자 진료를 한다. “내일이나 모레 갈지도모르죠. 하지만 오늘은 여전히 젊은 기분입니다.”
1939년 경성의전을 졸업하고 46년부터 81년까지 서울대병원 내과교수를 역임했으며, 그 이후로 을지병원으로 옮겨 20년째 하루 70~80명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결코 지친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김 원장은 팔순 나이에도 이렇게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비결은 규칙적 운동이라고 말한다.
1주일에 한번은 테니스를 즐기고,한 달에 두세 번 골프를 친다. 젊은 시절에 축구 선수,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키 167㎝, 몸무게 87㎏으로 약간 살이 찐 상태지만이제까지 보약 한 번 복용해 본 적이 없다.
애주가인 김 원장은 술은 지나치지만않는다면 건강 유지의 윤활유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저녁을 먹으면서 일주일에 세 번은 반주로 소주 한 병, 혹은 맥주 두어 병씩 마신다.
집에서 저녁식사를 할 때면 집에서 담근 매실주를 마신다. 안주는 불고기와 날마늘. 부인은 지난 해 먼저 떠나고 올해 대학을 졸업한 손자와 함께 살고 있다.
송영주기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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