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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의원·피아니스트 '무대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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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의원·피아니스트 '무대 외출'

입력
2001.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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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연극 ‘맨하탄 플라자’ 연습이 한창인 연강홀. 중년 부부가 결혼하기 싫다고 호텔 화장실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 철없는 딸을 두고 어쩔 줄 몰라 한다. 엄마 노마는 신경질적인 목소리만 높이지만 대책 없이 발만 동동 구른다.땀을 뻘뻘 흘리는 아버지 로이. 사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딸의 결혼식 비용이다.두 배우는 연극무대에서는 낯설지만 반가운 얼굴들이다. 바로 국회의원을 지낸 탤런트 출신의 정한용씨와 피아니스트 박은희씨다.

정씨가 연극무대에 선 것은 87년 동숭홀 개관 공연 ‘다리오포, 안 여나 못 여나’ 이후 14년만이다.

그는 목이 꽉 잠겼으면서도 오랜만에돌아온 무대에 전혀 낯설어하지 않는다. “그동안 꼭 하고 싶은 작업이었어요.

하지만 이렇게 혼신을다 바쳐야 하니 어디 만만하게 덤빌 수가 있어야지요.” 96년 총선에서 당선된 후 정치인으로, 사업가로 바쁘게살았다. 현재 연극 외에도 영화, 애니메이션 제작자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피아니스트 박은희씨는 ‘맨하탄 플라자’가생애 첫 연극무대이지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능숙한 모습이다.

연출가와 동료들이 놀랄 정도로 부쩍부쩍 실력이 늘었다는평가. 실내악 단체인 한국 페스티벌앙상블의 대표까지 맡고 있는 그는 연습 도중에도 공연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지만 처음 맛본 연극의 재미에 푹 빠져있다.

“연극은 오케스트라 못지 않은 총체예술이잖아요. 개인 실력 못지 않게 팀웍이 중요한 것도 비슷하고요.또 발성법도 성악이랑 크게 다르지 않아요”

‘맨하탄 플라자’는 우리나라에서도크게 히트한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등 복잡한 인간상을 재치있게 해석하는 감각으로 브로드웨이에서 최고의 흥행 실적을 올리고 있는 미국 작가 닐 사이먼의 작품.

동명의 호텔에 들른 세 쌍의 중년 남녀들의 해프닝이 옴니버스 식으로 이어진다. 로이와노마 외에 신혼여행지였던 이곳에서 사소한 음식 문제로 지루하게 다투는 샘(고인배)과 카렌(차유경)부부, 첫사랑 여인 뮤릴(이주화)과 뜨겁게 재회하는성공한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제스(이대영)등이 등장한다.

이 작품은 10여년 전 초연되었지만 지금과는 퍽 달랐다. 번역과 연출을 맡은 박준용씨는 “당시만 해도 젊은 관객이 대부분이라 원작을 신세대 스타일로 뜯어고치느라 혼났다”고 말한다.

객석에도 ‘중년 문화’가 무르익어가는 이즈음, ‘맨하탄 플라자’는 이색적인 경륜의 배우들이 뿜어내는 원숙한 인생의향기로 결혼의 의미와 그 이후의 삶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30일부터 9월 9일까지.

일~수 오후 3시,목ㆍ금 오후 8시, 토 오후 3시ㆍ6시. 종로 연강홀. A석 3만원 B석 2만 5,000원. 1588-7890, 1588-1555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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