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 염색가 류숙(49)씨의 삶은 범상치 않다. 여군 장교로 입대해 3년 8개월 만에 탈영했고, 결혼 1년 만에 이혼했다.집터나 묏자리를 봐주는 지관과 침술로 생계를 잇다가,98년 황토에 반해 황토 염색가로 변신했다.
전남 구례군 구례읍의 한 폐교에 황토로 염색한 천으로 베개 옷 이불 등을 만드는 회사 ㈜황기모아를 설립한 것이다. “봉이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면 나는 말 그대로 흙을 팔아 출세한 년”이라고 말하는 그다.
최근 출간한 ‘섬진강황톳물 들이는 여자’(평단 발행)에는 이 같은 그의 인생 역정이 녹아있다. 하루에 담배 3갑을 피고 막걸리 한사발에 노래 40여 곡을 쉬지 않고 부르는 그가, 이제 16세에 불과한 딸 아이를 위해 일찌감치 혼수 이불까지 만들게 된 그런 사연이다.
황갈색황토를 짓이기다가도 진달래 활짝 핀 봄 날에는 진달래 꽃물을 들일 줄 아는 그런 낭만이다.
“같은노래도 한을 섞어 토해낼 때 가슴에 와 닿는 법이죠. 황토 염색을 할 때도 흙을 뜨겁게 달궜다가 차갑게 식히는 등‘모진 맛’을 보여줘야 제대로 된 색깔이 나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아닐까요? 투쟁이 있어야 자신만의 자리가 있는 것이죠.”
㈜황기모아의 대리점 계약을 맺는 데서도 그의 인생 철학은 그대로 드러난다. 지금까지 70여 명이 대리점 개설을 신청했지만 모두 ‘건전한 부부’라서퇴짜를 놓았다.
오로지 이혼녀 2명에게만 대리점을 내줬다. “이왕이면 먹고 살기힘든 그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는 황토 염색으로 돈을 버는 사업가이기전에 세상과 당당히 맞선 한 여성이자 어머니인 셈이다.
“열심히살면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호주제 앞에서는 막막해집니다. 열 달을 배 아파서 낳았고 늘 함께 살아왔는데도 이혼녀는 딸의 법적 보호자가 될 수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백날 내 딸이라고 해봐야 서류상으로는 그게 아니니 정말 울화통이 터집니다.”
김관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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