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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칼럼] 맥박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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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칼럼] 맥박이야기 2

입력
2001.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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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소리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우리는 ‘툭탁 툭탁’ 혹은 ‘쿵닥 쿵닥’이라 하는데, 서양 사람들은 ‘럽덥 럽덥’이라고 한다.심장음의물리적 현상과 그 현상을 청신경이 감각하는 것은 같은데도 그 소리를 이해한 결과가 다르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러나 이런 차이는 살아가면서 때로소통의 차단을 가져오고 그래서 우리는 아파해야 할 때가 있다.

심장에도 이런 차단 현상이 있다. 수련시절에 만났던 여든 네 살 할머니는 반복되는 실신 때문에 입원했던분이다.

맥을 짚어보니 일분에 30번 정도의 심한 서맥(徐脈)이었다. “맥이 느리시네요”라고 운을 떼었다. “글쎄 잘 지냈는데 요즘 어째 정신을잠깐씩 놓아.

하긴 이제 그럴 나이도 됐지”라고 말했다. 간결하고 명확한 대답. 정정하다는 뜻이다. 심전도 소견은 방실 차단이었다.

심방율동이중계소인 방실 결절을 통해 심실로 전달되지 못해 심실 박동이 느려진 것이다. 맥이 느려지니까 혈액이 머리로 가지 못하고 이어 정전되듯 깜박 정신을잃었던 것이다. 방실 결절을 억제하는 약도 안 들었고 다른 검사에도 이상이 없었다.

이런 경우는 방실 결절과 그 전기선의 심한 손상을 의미한다. 손상된 기능을 대신하기 위해 어깨 밑혈관을 통해 가는 전선을 심방과 심실에 넣고 심박동기(pacemaker)에 연결해 이식하는 치료를 해야 했다.

시술을 준비하고 할머니에게 설명했다.그러나 대답은 거절이었다. 살만큼 살았으니 이제 됐다는 것이다. “국소 마취만 하는 간단한 수술을 받으면 되고 심박동기를 피부 아래에 넣기 때문에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라는 간곡한 설명과 가족들의 설득에도 대답은 거절이었다.

다음날 나는 이 난국을 스승인 교수님에게 보고했고 교수님은 할머니와 말씀을 나누셨다. 잠시 후 완고하던할머니가 치료를 받겠다는 것이 아닌가! 교수님에게 할머니 마음을 바꾼 비결을 물었더니 “할머니, 치료 받지 않으시면 자식들이 고생합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 후 할머니는 여전히 정정하게 몇 해를 더 살았다. 심장의 방실 차단을 가족간의 유대와 연결한 내 스승의 지혜와 나 때문이 아니라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수술을 받은 할머니의 결정은 그 날 이후 오래도록 내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안신기 연세대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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