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성숙해졌다. 생각이 깊어지고 음악에 뚜렷한 자기 색깔을 입히기 시작했다. 1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장한나 첼로 독주회를 보며 그런 생각을했다.이날 가장 돋보인 곡은 R. 슈트라우스의 소나타. 대담하고 열정적인 연주, 장대한흐름을 자신있게 끌어가는 안정감이 그의 음악적 성장을 드러냈다.
다만 1악장의 무겁고 강렬한 표정과 대비되는 2악장의 부드러움과 3악장의 밝음을충분히 살렸으면 더 좋았겠다.
지휘자 주세페 시노폴리를 추모하는 포레의 ‘애가’로시작해 R. 슈트라우스의 소나타, 슈만의 ‘환상곡’으로꾸민 1부에 이어 2부에서는 ‘백조’ ‘꿈을 깬 후에’ ‘왕벌의비행’ 등 소품을 연주했다.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소품이라지만, 7곡을 연달아 듣자니 지루한 감이없지 않았다. 소나타 한 곡에 소품 서넛이 적당하지 않았을까.
이날 공연은 약간의 음악외적 흠이 있었다. R. 슈트라우스의 곡이 끝나자 객석에불이 켜지는 바람에 많은 관객이 1부가 끝난 줄 알고 퇴장하다가 부랴부랴 돌아오느라 장내가 어수선해진 것이 그 하나다.
정적을 깨뜨리는 휴대전화의울림, 1악장이 끝나자 용감하게(?) 터지는 박수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도 있는 실수라 하자.
하지만 연주자가 앙코르를 하러나오는데도 관객들이 사인 받는 줄의 앞쪽을 차지하려고 로비로 분주히 빠져나가는 모습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앙코르를 듣는 게 의무는 아니지만,연주자에 대한 작은 예의는 된다. 서둘러 밖으로 나간 그들은 혹시 음악보다는 스타의 공연을 봤다는 증거물로 사인을 챙기는 데 더 관심이 많은 것은아닐까. 이게 지나친 생각이면 좋겠지만.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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