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발표된 2ㆍ4분기국내총생산(GDP) 성장률 2.7%는 하반기 경기가 예상보다 한층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현실로 확인시켜주고 있다.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3ㆍ4분기 성장률은 1%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4ㆍ4분기에 5%대의 성장을 기록하더라도 올 전체 성장률은 3%에 턱걸이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올해초 정부가 전망한 5~6%는 물론 하반기 경기운영계획에서 수정 제시된 4~5%대에도 휠씬 못미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제운영계획에 근본적 수정이 불가피해졌으며 적극적인 경기부양론이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ㆍ4분기보다 앞으로가 더욱 걱정이라는 사실은 7~8월 들어 수출 감소세가 가속화하는 점이나, 투자 부진의 지속, 7월 들어 98.4를 기록하면서 7개월만에 하락세로 반전한 소비자전망조사 결과 등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한은은 그러나 성장률수치는 비관적이지만 그 내용은 희망적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정정호(鄭政鎬)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계절적 요인을 제거한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1ㆍ4분기 0.3%에 이어 2ㆍ4분기에도 0.5%를 기록하는 등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반도체 경기의 하락 등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국장은 “ 4ㆍ4분기에는 정부의 경기진작책이나 한은의 콜금리 인하 효과가 반영돼경기가 저점을 찍고 4ㆍ4분기부터 성장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적극적인 경기대책을 주문했다.
한은 관계자는 “4~6월중 물량기준 수출이 전년 동기대비 3% 정도는 증가할 것으로 보았으나 실제로는 0.2% 증가에 그쳤으며, 건설투자도 SOC 투자의 부진 등으로 0.9%에 그쳤다”며 수출과 투자 부진을 GDP 성장률 하락의 최대 원인으로 꼽았다.
정 국장은 “5월까지 괜찮았던 반도체 생산이 6월 들어 16% 급감한 것도 전망치와 달라진 이유”라며 반도체 경기 하락을 주요 복병으로 짚어냈다.
그나마 승용차 에어컨 냉장고 등 재화 및 외식 교육 오락 등 서비스 지출 증가에 따른 민간 소비가 2.9% 증가함으로써 하락을 방어했다는 분석이다.
3ㆍ4분기 GDP 성장률 전망은 1% 남짓으로 보고 있다. 계절 요인을 제외한 전기대비 성장률이 2ㆍ4분기와 같은 수준인 0.5% 선을 기록한다고 해도 전년 동기대비 성장률은 1%를 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경기하강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경기부양 대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경기악화가 성장잠재력 자체를 잠식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이에 따라 경기 효과가 더딘 콜금리 추가 인하 등보다는 재정 및 감세 정책등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진작책이 3ㆍ4분기에 집중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리인하는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재정정책은 약효가 보다 신속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경제 전문가들은 국회에 계류중인 추경예산의 조속한 통과 및 집행은 물론이고,10월에는 10조 규모의 재정에 대한 구체적인 집행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부실기업 매각 및 구조조정 등 시장 불안 요인역시 10월 이전에는 해소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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