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의 허브공항을 꿈꾸는 인천국제공항의 개항을 계기로 비상을 꿈꾸던 우리 국적 항공사들의 날개가 꺾일 위기에 처해 있다.고유가ㆍ고환율ㆍ경기침체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적자에다 부실한 정부의 항공정책 탓에 우리나라가 미 연방항공청(FAA)의 항공안전위험국(2등급) 판정을 받으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생사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올해 적자규모 사상 최대
국내 항공사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복수 항공체제로 접어든지 15년째.
전반적인 서비스 질 강화 등 긍정적 효과도 가져왔지만 양 사간 지나친 경쟁으로 과잉 인력 등이 부담으로 작용해왔던 게 사실이다.
적자에 허덕이던 양 항공사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계기로 광범위한 구조조정을단행, 흑자로 돌아섰으나 고유가ㆍ원화가치 하락 등 대외여건 악화 등으로 지난해부터 또 다시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대한항공 4,627억원, 아시아나 1,561억원의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에도 고유가와 인천공항 개항에 따른 이전 비용, 파업피해 등까지 추가돼 상반기에만 대한항공 3,400억원, 아시아나 1,500억원의 적자를보였다.
업계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1조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되는 등 최악의 경영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절박한 구조조정
양 항공사는 경영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구조조정 밖에 없다고 보고 항공기 매각, 인력감축, 경비절감 등에 나서고있다.
대한항공은 4월 태스크포스(Task Force)팀을 구성한 뒤 최근 1만7,300명인 직원을 1만6,800명 선으로 줄이기로 하고 명예퇴직을 받고 있다.
인력채용도 여승무원에 한해 9월께 250명을 선발할 뿐 공개채용은 내년으로 미룬다는 계획이다.
저수익 부동산 등 보유자산을 처분하고 항공기2~4대를 임대해 관리대수도 110~112대로 줄여 나가기로 했다.
대대적인 예산절감 운동을 벌이고 있는 아시아나도 감축계획은 확정하지 않았지만 6,500명의 인력을 슬림화하고 자산직접매각과 자산유동화채권(ABS)발행 등을 통해 부채 상환에 나설 방침이다.
▽설상가상 2등급 추락
FAA의 2등급 추락 결정은 항공사들의 적자탈출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2등급 추락이후 양 항공사의 주가는 곤두박칠치고 있다.
또한 아메리칸 항공(AA)이 아시아나와의 코드셰어((Code Shareㆍ좌석공유)를 중단했고 델타항공도 대한항공과의 제휴 계획을 연기, 업계의 피해가 현실화했다.
양 항공사는 2등급 추락이 1년간 계속될 경우 신규노선 신설 및 증편 불가능과 국제 신인도 하락등으로 2,340여 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사는 이 같은 유형의 손실을 제외하더라도 국가나 항공사 이미지 손상은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며 항공당국의 무능과 부실 행정에 분노하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지적이 있었고올 5월과 7월 FAA의 안전평가가 있었는데도 건교부는 항공사들과 대책 회의 한번 하지 않았다”며 “2등급 추락 후에도 피해규모 축소에만 급급하다”고 비난했다.
▽2등급 탈출 연내 가능한가
건교부는 항공법 개정 등 문제점 개선을 통해 연내에 항공안전국(1등급) 회복을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항공전문가과 항공사들은 항공당국의 조직개편과 인력충원이 이뤄지더라도 여전히 국제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해 1등급 회복이1년 이상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또 항공 실무책임자(건교부 항공국장)가 1년에 3번이나 바뀌고 낙하산식 비전문 장관이 계속자리를 차지하는 조직의 맹점이 계속되는 한 1등급 회복이 되더라도 언제 또다시 ‘항공IMF’를 맞을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항공사관계자는 “사고를 줄이려는 항공사들의 노력과 전반적인 항공분야에 대한 당국의 근본적인 수술이 없는 한 우리 국적 항공사가 외국의 메이저 항공사에게 넘어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대한항공·아시아나 세계 20·40위권 수준
"우리 항공사들은 아직도 커나가야 할 ‘꿈나무’인데이번에 철퇴를 맞은 꼴이죠.”
유나이티드항공(UA)이나 아메리칸항공(AA) 등 세계 유수의 메이저 항공사를 어른에 비유한다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어린이나 다름없다.
항공전문잡지인 ‘2001항공산업 가이드’에 따르면 1999년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최대 항공사는미국의 유나이티드 항공으로 180억2,700만 달러에 달한다.
다음으로는 아메리칸항공으로 177억3,000만 달러, 델타항공 150억5,000만달러, 브리티시에어웨시스가 143억8,700만 달러 등이다.
반면 대한항공은 UA의 4분의 1정도인 40억6,600만 달러로 20위 권에 머물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은 이보다 훨씬 적어 전 세계 270여 민간 항공사 가운데 40위권 수준이다.
항공기 보유대수에 있어서도 대한항공 108대(현재 111대), 아시아나 항공49대(현재 58대)로 UA나 AA에 비하면 6~13분의 1 수준이다. 수송 인원면에서도 델타항공이 연간 1억500만 명인데 비해 대한항공은20%정도인 2,000만 명, 아시아나는 1,100만명에 그치고 있다.
이같은 수치는 우리 국적 항공사들이 세계적인 항공사로 발돋움하고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통하는 항공분야에서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위해선 규모를 더욱 늘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아ㆍ태지역은 2014년에는 항공이용자가 현재의 2배인 연간 8억706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등 성장잠재력도 가장 높다.
그러나 최근 FAA의 2등급 판정으로 신규노선 신설이나 증편이 불가능해지고 미국의 유력 항공사들과의 업무 제휴도 중단되면서 발목을 붙잡히게 됐다.
/황양준기자
■한국항공대 이영혁교수
“항공안전을 감독ㆍ조사할 전문인력과 정부기구의 확충이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한국항공대 이영혁(李英赫ㆍ47) 항공교통학과 교수는 “파급 효과를 무시한 안이한 대처와 정부의 안전 감독 체계 미비가 결국 미연방항공청(FAA)의 2등급 판정을 불러온 것”이라며 “전문인력 양성 교육과 항공 관련 기구 확충, 국제 기준에맞는 항공법 개정 등 체계적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건교부항공국의 인원이 기껏해야 60여명에 불과하고 전문성 없이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항공정책이 나올 수 없다”며“독립성을 갖춘 항공관련 정부 기구의 확대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그 동안 항공 당국은 전문성 부족 등으로 항공사 관계자들에게 오히려 배울 정도였다”고 열악한 상황을 언급한 뒤,.
“최소한 항공 당국이 항공사를 ‘지도’할수 있을 만큼의 수준은 갖도록 투자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항공 관련 법과규정의 지속적 정비도 강조했다.
그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매년 항공 관련 기준들을 전세계 회원국에 내놓고 있지만 우리는 이에 맞춰 항공법 개정을 할 시스템도 자세도 못 갖췄다”며 “그때그때 국제 기준에 맞는 법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담 책임자를 두고 일관성 있게 추진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강조했다.
이 교수는 “우선신속한 법개정, 적극적인 FAA와의 관계 개선 노력, 안전 점검 능력 향상과 조직 확충 등을 통해 하루 속히 1등급으로상향 조정 되도록 해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항공당국내 전문인력 수급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정부가 주도하는 교육 체계의 확대, 지속적인 투자 등 차제에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항공 대책 마련도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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