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경기장에는웅덩이도, 계단도 없지 않은가.” 앞을 볼 수 없는 풋볼선수 로버트 케이터리노(35)는 유니폼을 입을 때 희열을 느낀다. 신체적인 핸디캡을 딛고뉴욕을 연고로 하는 세미프로 풋볼리그 오렌지카운티 불독서 3년째 오펜시브 라인맨으로 뛰고 있는 그는 이미 스타 대접을 받고 있다.거친 숨소리, 강한 신체적인 접촉을 통해 나오는 소리로 공격 방향을 감지하지만 상대 수비수와 몸을 부딪힐 때는 누구보다 거침없다. “한번도 동료선수를 적으로 착각해본적이 없다”고 자랑할 정도로 경기 감각도 정상인 못지않다.
185㎝, 104.3㎏의 육중한 체격조건에다 스피드까지 빼어나 팬들은 그에게 ‘고양이’라는별명을 붙여줬다. 팀동료 하반 가르시아는 “아무도 그를 특별 대우할 필요가 없다. 그는 팀내 최고 인기선수”라고 칭찬했다. 소속팀 불독도 21일(한국시간)현재 4승2패로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뉴욕 브롱크스가 고향인케이터리노는 선천적인 희귀성 망막염을 앓아 어렸을 때부터 오른쪽 시력을 잃었다. 초점이 흐리던 왼쪽 눈도 22세 때부터 쓸 수 없게 됐다.“‘왜 하필이면 나’라고 좌절하는 대신 내 신념대로 살고 싶었다”고 다짐한 그는 뒤늦게 맹인학교를 졸업했다.
또 매일 오전 6시30분 인근 스포츠센터에서 체력훈련을 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며 몸을 만들었다. “맹인이 되면서 온갖 장애물과 부딪히는 게 진저리가 났다. 그라운드에서 상대 선수와 몸을부대끼며 내 한계를 시험하는 것이 매력적일 것 같았다”는 게 그를 풋볼로 이끈 동기다. 그는 “이제 풋볼없는 내 인생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5년 더 불독에서 뛰었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