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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부실기업처리 일원화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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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부실기업처리 일원화돼야

입력
2001.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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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도 정글의 법칙이 작용한다. 허약한 기업은 그대로 도태되고 강자만이 살아남는다. 지구상에서는 기업은 5분마다 1개씩 탄생하고 3분마다 1개씩 쓰러진다.적자생존에 의한 부실기업의 퇴출은 경제 전체의 건전성을 높이고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그러나 부실기업이라고 모두 퇴출되시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미래 수익성은 있으나 일시적으로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은 채무재조정을 통해 회생시키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때문이다.

망하는 조직은 개인이건 기업이건 공통점이 많다. 가장 큰 공통점은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처럼, 당사자는 병의 심각성을 가장 늦게 깨닫는다는 사실이다. 수익성 악화나 주가하락 등 자각 증상이 나타나도, 초기에는 부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상처가 곪아 터져 악취가 진동해야 겨우 인정한다.

또 다른 공통점은 병을 인정하더라도 그 심각성을 과소평가하려는 경향이다.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 기업들은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일시적 유동성 문제라고 강변한다. 마취할 여유도 없이 수술 해야할 급박한 상황인데도, 진통제만 맞으면 낫는다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의사에게도 그런 처방을 요구하기 일쑤다. 기업의 경우 의사는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다. 금융기관은 부실기업의 자가진단 이상의 적절한 처방을 내놓아야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 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다.

IMF구제금융후 봇물처럼 터진 부실기업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정부는 워크아웃제도를 도입하였다. 워크아웃이란 원래 채무구조가 간단하고채권자인 금융기관과 채무자 사이에 신뢰관계가 구축되어 있을 때, 문제가표면화 되기 전에 은밀히 기업의 갱생을 도모하는 사적 화의제도이다. 법원의 관리하에 갱생을 도모하는 화의나 법정관리보다도 훨씬 약한 처방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이를 제도화하여 워크아웃이란 처방을 주채무계열 소속 회사와 중견 대기업을 대상으로 도입하였다.처음부터 맞지 않는 처방이었다. 병의 위중이 아니라 환자의 몸무게로 처방을 내린 셈이니 약발이 제대로 들을 리가 없고 엄청난약값만 낭비한 꼴이 되었다.

98년부터 워크아웃을 추진해온 진도의 경우 3년간 107회의 채권금융 기관 회의를 하였으나, 결국 채권금융기관간 이해 조정이 쉽지 않아 파산처리되고 말았다. 채권자의 수가 많고 채무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법정관리로 갔어야 했다.

동아건설 역시 워크아웃에서, 법정관리를 거쳐 파산에 이르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법원과 금융당국 간에 부실기업처리를 놓고 주도권다툼을 보이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정부도 워크아웃의 문제점을 인식하여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제정하여 상시퇴출제도를 도입하였다. 이 제도는 금융기관 대출이 500억원 이상인 기업들에게 해당되니, 기본적으로 몸집이 큰 환자만을 위한 제도이다.

부도유예협약, 기업개선작업,회사채 신속인수 제도와 이름만 다르지, 부실 대기업에 대한 협조융자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 중소기업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 과정에서 부실기업이 갱생되든, 파산되든 부실기업처리 비용만 높아질 것이다.

현재 회사갱생제도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의한 사적 화의, 화의법에 의한 화의, 회사정리법에 의한 법정관리로 3원화 되어 있다. 이같이 복잡한 제도는 빠른 시일 내에 일원화시킬 필요가있다.

채무금액이 작고, 채무구조가 단순한 기업은 채권자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사적화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렇지 못한 기업은 신속히 법정관리로 가서 갱생여부가 결정되는것이 경제의 효율성을 높인다.

/전성빈 서강대 회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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