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고종석의 글과 책] 나가이 히토시 ‘어린이의 마음으로 철학하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고종석의 글과 책] 나가이 히토시 ‘어린이의 마음으로 철학하기’

입력
2001.08.21 00:00
0 0

일본 철학자 나가이 히토시(50)의 ‘어린이의마음으로 철학하기’(김철수 옮김ㆍ길 펴냄)는 매우 독특한 철학 입문서다.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이 책은 이미확립된 철학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철학하기를 가르친다.

가르친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이 책은 철학하기를 보여준다. 철학하기를 저자는사고라고도 부른다.

사고는 늘 진행형이다. 그 사고가 마무리돼 멈추었을 때, 거기 남는 것은 사상이다. 사고가 사상에 이르렀을 때 철학도 끝난다.그러니까 저자에게 철학이란 사상과 구별되는 사고이고, 결국 철학이란 철학하기다.

저자가 이 책에서 보여주는 철학하기는 저자 자신의 철학하기다. 어려서부터 어른이될 때까지 저자는 두 개의 의문을 품고 그 의문을 풀기 위해서 생각을 거듭했다는데, 그 생각의 과정을 보이고 있는 것이 이 책이다. 그 의문은‘나는 왜 존재하는가?’와 ‘왜나쁜 일을 하면 안 되는가?’다.

저자는 짐짓 이 책이 어린이를 위한 철학 입문서라고 말하고 있지만, 평범한 어린이가이 책을 따라 읽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 책이 독자로 상정하고 있는 ‘어린이’는어린이의 마음을 지닌 어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이의 마음이란 존재에 대해 경이를 품는 마음이다.

다시 말해 삼라만상이 실제로 이렇게 있다는 사실을 신기롭게 바라보는 마음이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첫번째 문제가 ‘나는왜 존재하는가?’라는 것은 그러므로 자연스럽다.

저자는 이 문제를 해명하기 위해 존재의 껍질을 끝없이 벗겨낸다. 남들이 나가이라고 부르는 사람과도 구별되고, 그 사람이 지니고 있는 자기의식이나 자아와도 구별되는 ‘나’는 왜 존재하는가? 그것이 우연이고 기적이라는 결론에 놀란 저자는 그 놀라움의 힘으로 혼(魂ㆍ개별화한 탈인격적 자아)의 존재증명을비롯한 여러 가지 사고 실험을 수행한다.

저자는 그 과정에서 우연히 비트겐슈타인의 ‘언어게임’과만난다. 두번째 문제 곧 ‘왜 나쁜 일을 하면 안 되는가?’에대한 사고를 전개하다가 우연히 니체의 ‘도덕의 계보’를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비트겐슈타인이나 니체의 사고가 아니라, 나가이히토시라는 대체 불가능한 ‘나’의 사고다.

가르침을 목표로 하지 않은 이 책이 가르치는것이 있다면, 철학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존재하는 것은 철학이 아니라 철학들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말을 빌면, 철학 입문(入門)의 ‘문’은 책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 마음속에 있다.

편집위원

aromach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