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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자립형 사립고, 획일적 교육틀 깰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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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자립형 사립고, 획일적 교육틀 깰수도

입력
2001.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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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형사립고 도입과 관련, 반대론자들은 평준화의 틀을 깨고 ‘귀족형학교’를 만든다는 것에 우려를 표명하지만 이러한사고는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규제가 과도하면, 암시장(暗市場)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평준화라는 규제는 교육 암시장을 형성해왔다. 학생과 학부모의 다양한 욕구는 평준화틀 속에서 한계에 다다랐다.

일부 학부모는 이미 여러 형태로 욕구를 표출해 왔다.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에 의존하는 것, 교육이민을 통해 한국교육 시장을 이탈하는 것 등이다.학생과 학부모의 욕구를 계속 차단한다면, 공교육은 더 많은 위기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폐쇄적인 조직은 어느 한계점에 이르면 붕괴될 수밖에 없다. 역설적으로 자립형 사립고 도입은 평준화라는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이다.

한교직 단체에서 설문 조사 결과를 가지고 주장한 바에 의하면, 서울시내 약 31%의 학부모들만이 자립형 사립고 도입을 찬성하고, 과반수 이상의 학부모가 반대를 하므로 이 제도의 도입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교육은‘다수결’이 될 수 없다. 교육은 세금 정책이나 법률의 적용과는 다르다. 다양한 적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어야한다. 획일적 적용이 필요한 조세의 평등이나 법 앞의 평등과 같은 개념조차도 개인적 사정이나 사회적 환경 등이 고려된다.

하물며 다양한 인간을 길러서 사회에 충원해야 하는 교육에서는 각기 다른 욕구를 최대한 반영되지 않으면 안된다. 과반수라는 이름으로 ‘다수적 소수’의 견해를 무시하는 것은교육의 획일화를 초래할 수 있다.

30%가넘는 사람들의 욕구가 무시되어야 하는가? 이것이 다양성을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사회의 교육 모습인가? 다른 선택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하나가 학교의 선택권이고, 또 그 중의 하나가 자립형 사립고의 도입이다.

고교평준화가 도입된 지 30여 년이 지났다. 평준화로 교육 여건의 균등화를 이끌어 낸다든지, 중학생들을 입시로부터 해방했다든지 하는 것은 큰 성과다. 그러나 그 동안 학력 저하나, 학습공동체의 파괴라는 심각한 문제를 만들어 냈다.

이제는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평준화가 도입되었을 때와는 달리 지금 사회는 상당히 달라진 사고와 생활 수준을 가진 구성원을 포함하고 있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된 제도를 낙후된 관념에 사로잡혀 차단하려는 것은 지나친 독단이라고 생각한다.

황인표 (보성고 교사, 교총 정책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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