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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외양간 제대로 고쳐라

입력
2001.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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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항공청이 우리 정부에 ‘항공안전 위험국’ 판정을 내렸다. 결정적인 시기에 불러들인 국가적 신인도의 대추락이다. 정부가 뒤늦게 대책을 세운다고 수선을 떨고 있지만,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라는 여론이 끓고 있다. 그런데 엄밀히 얘기하면, 우리 정부의 문제는 소 잃고도 외양간 고칠 줄을 몰랐다는데 있다.’항공안전 위험국’ 판정의 원인(遠因)은 3년 전 대한항공의 괌 추락을 비롯한 잇따른 사고였다. 그러나 우리가 구분해서 이해해야 할 일은 연방항공국이 이번에 내린조치는 항공사의 안전운항을 문제삼는 차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정부가 항공사의 안전운항을 감독할 수 있는 인력도 갖추지 않았고 그 인력을 교육할프로그램도 없는 허깨비 같은 감독관청이라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건설교통부가 외양간을 고칠 기회는 두 번 있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 첫번째기회는 괌추락을 비롯한 사고가 빈발할 때였다. 이 때 정부 스스로가 이들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며 정부의 할 일은 무엇인지를 찾았어야 했다. 그러나정부는 그러지 않았다.

두 번째 기회는 작년 6월 유엔 산하기관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22개 시정항목을 지적했을 때였다. 건교부가 무엇을해야 할지 해답이 나왔는데도 준비에 소홀했다.

연방항공청의 실사 팀이 지난 5월 건교부를 방문조사하고 항공안전위험국으로 예비판정을 내리자 그때야 부랴부랴 벼락치기로 전문인력을 대거 뽑아 없던 조직을 만드는 등 호들갑을 떨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거리에 뿌리없는 가로수를꽂았던 전시행정의 실력을 발휘했지만, 미국측은 한국정부의 노력을 언급했을 뿐 끝내 항공안전 위험국의 딱지를 붙이고 말았다.

예비판정 후 건교부 당국자는 최종판정에 앞서 미국이 한국정부와 의논을 하기로했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했고 국민도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정부는 미국의 속내를 너무나 몰랐던 것이다. 건교부 장관이 미국이 그런 약속을 해놓고일방적으로 신문에 발표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고 하나 그게 어디 국민한테 해명할 소리인가.

국제법으로 규정된 항공안전 규범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어떻게 미국의 호의를 바랐던 것인지 그 의식구조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가에서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건교부장관을 해임해야 한다는 여론이 분분하다.안전운항 감독책임도 다 하지 못하고 항공외교에도 실패한 건교부 최고 책임자의 지도력엔 정말 문제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뿌리부터 살펴야 할 이유가있다.

문제의 뿌리는 두 가지로 유추할 수 있다. 건교부 해당 공무원들의 항공안전에대한 인식에 문제가 있었거나, 아니면 항공안전문제를 둘러싼 정부내의 협조 불일치를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두 가지가 결합하여 우리나라를항공안전위험국으로 만들었는지 모른다.

이미 경직된 조직을 국제규범에 맞게 바꾸는 일을 추진할 만큼 건교부는 조직의 유연성이나 정부 안에서의 발언권을모두 상실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 정부 들어 건교부가 자민련의 영역으로 간주되었던 점은 조직의 활력과 쇄신에 큰 걸림돌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하게 된다.

’항공안전위험국’ 딱지는 바로 우리 사회의 관리능력 부재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공무원들은 매너리즘에 빠졌고, 장관은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몰랐고, 협조해야 할 부처는 국가를 생각하지 않고 정부내의 힘의 배분에만 눈을 돌린 결과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장관만 바꿀 것이 아니라 건교부의 조직과 기능 자체를 본질적으로 해부하는 본질적 접근이 필요하다고본다.

그러나 이 정부의 관리능력부재가 비단 건교부에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다.

/김수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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