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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메멘트' 살해된 아내…조각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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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메멘트' 살해된 아내…조각난 기억…

입력
2001.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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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툼 레이더’ ‘미이라2’ ‘쥬라기 공원3’ 처럼 2시간 동안 관객에게 놀이 공원에 온 기분을주는 영화가 미덕을 갖춘 영화라고 생각한다면, ‘메멘토’는 피하는게 좋다.때로 어떤 영화들은 관객을 끊임없이 고문함으로써‘명작’의 반열에 들게 된다. ‘메멘토(Mementoㆍ기억)’는 영화 속에 흐트러져 있는 시간의 퍼즐을 맞추어 가는 것을 숙제하나도 던짐과 동시에 ‘영화를 보는 자신’과의 싸움까지 준비해야 한다.

전직 보험조사관 레너드(가이 피어스)는 아내가 강간 살해당한 충격으로 10분이상 기억을 지속시키지 못하는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이다.

그는 자신의 몸을 메모지로 삼아 자신이 잊지 말아야할 것을 문신해 놓는다. ‘나는 레너드 셀비.’ ‘난 기억 상실증 환자다. 10분밖에기억하지 못한다.’ ‘존 G가 아내를 강간하고 무참히 살해했다.’ 폴라로이드에 찍힌 사진과 간단한 메모도 그의기억 창고이다.

‘나탈리(캐리 앤 모스)는 널 이용할 뿐이야(테디).’ ‘테디(조 판톨리아노), 그를 믿지 마라’라는 엇갈리는 기록들.

영화의 구도는 매우 낯설다. 현재의 레너드와 과거의 레너드가 평행선을 그리면서 두 이야기 축을 구성하고, 현재의 레너드의 이야기는 시간의 역순으로 진행된다.

영화의 시작은 영화의결말이며, 마지막 부분에 가면 맨 앞에서 보였던 장면이 다시 나온다. 뫼비우스의 띠라고 생각하면 좋을 만한데 문제는 그 띠가 부분부분 꼬여 있어 난해함을 더욱 부추긴다는 것이다.

영화가 시간의 역순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기억(메멘토)하지 않으면 영화의 줄거리는 어느새 엉켜 버리고만다. 보이는 것이 진실이 아니다.

그러나 더 흥미로운 부분은 레너드의기억으로 짜맞춘 ‘과거와 현재의 레너드’가 영화속 숨은 그림찾기처럼 간간히 드러나는 힌트를 통해 유추한 ‘실제의 레너드’와는 180도 다르다는 점이다.

아내의허벅지를 꼬집으며 화목한 시절을 보냈고, 죽은 아내의 시체를 목격한 레너드. 그러나 테디의 진술에 따르면 그의 아내는 당뇨병이 있었으며(허벅지를꼬집은 것이 아니라 그곳에 주사를 놓았다), 아내는 강간 당한 즉시 죽지 않았고 레너드가 이미 범인을 죽였다는 것이다.

‘난 해냈다’는 그의 문신은 그런 뜻일까. 그러면‘테디를 믿지 말라’는 그의 문신은 무엇인가. 그는 자신의불완전한 기억을 이용해 엄청난 돈을 위해 끊임없이 살인을 정당화 하는 것일까. 영화는 말한다. ‘기억하는 것이 진실은 아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31)의 전작은친척들 돈을 끌어 모아 1년 만에 완성한 16㎜ 흑백영화 ‘미행’이 전부.

1997년부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해 지난해 영화를 완성해 베니스영화제에서찬사를 받았다. 24일 개봉.

■"기본줄거리가 뭐야?" 관객 입장따라 차이

‘메멘토’는 기본 줄거리조차 관객의 입장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영화. 번역을 맡은 조철현 씨네월드 상무는 “배우들이 시나리오를 찢어서 순서대로 엮어 보았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시사회 참가자들의 공방도치열했다.

심리학자 출신의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뒤로 걸으면서 풍경을 감상하는 듯한 영화”라며 “뇌의 ‘해마’가 파괴되면 기억력이 지속되지 못한다. 레니는 그러나 (뇌의 손상 보다는) 심리적인 기억손상증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관객들은 “레니는 나탈리에게 이용당하고 그로 인해 테디를 죽인다. 비록 테디가 없어도 그는 다른 사람에 의해 끊임없이 이용당할 것이다.” “마지막 반전으로 모든 것이 해갈되는 ‘식스 센스’에 비해 너무 많은 집중력이 요구된다.

난해하고 지루하다.” “능동적으로 몰입해야 하는 영화라 더 재미있다” 등 다양한 풀이와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의 결론은 영화를 보면 볼수록 쉬워 진다는 점. 때문에 영화사는 한번 더 볼 때마다 1,000원의 관람료를 할인해주는 이벤트까지 마련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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