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사에 대해 ‘부실 대우채권 편입’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법원이 인정함으로써 유사한 사례로 인한 피해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판결과 관련해 투신사와 금융감독원 간의 대우채 관련한 책임소재 공방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이번 판결의 핵심은 ‘대우채 환매 연기 적법성’여부와 관계 없이 투신사가 고객의 돈으로 부실채권을 매입한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금융당국의 지시가 있었다 하더라고 투신사가 특정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부도의 위험이 있는 채권을 매입하여 신탁가입자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판결에 따르면 적어도 대우의 부도 위험이 명백하게 드러나 정부와 대우 채권단이 대우그룹 지원을 결정한 99년 7월22일 이후 대우채가 새로 편입돼 피해를 본 투자자는 보상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대우채가 편입된 투신권의 펀드 규모는 110조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19일 금감위가 특정 펀드에 대우채권을 10% 이상 편입시킨 H투신에 대해 배상 결정을 내린것과 함께 이번 판결은 투신권과 금감원의 대우채 관련 책임 소재 공방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법률상으로만 따지면 이번 판결을 근거로 한국투신은“정책을 강요해 투신에 피해를 입혔다”며 정부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수도 있다.
또 이번 판결은 투신권이 정부의 정책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던 종래의 ‘관치금융’관행에 대해 사법부가분명한 입장을 밝힌 의미도 있다. 대우뿐 아니라 현대건설, 워크아웃 기업 채무유예 등 금융권의 부실기업 지원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정부는 참여를거부하는 투신권에 참여를 강요해 왔다.
99년 7월 대우그룹 지원 때 투신권은 2조4,000억여원을 떠안았으며 최근에는 회사채 저리 차환 발행등의 방법으로 현대건설을 지원해야 했다.
그러나 이렇게 정부의 정책에 따랐어도 모든 법률적 책임은 투신사에 있다는 판결은 향후 투신권에 정부의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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