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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단 결산…南南갈등 남겨 '得보다 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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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단 결산…南南갈등 남겨 '得보다 失'

입력
2001.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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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8ㆍ15 남북공동행사는 지난해 6ㆍ15 공동선언 후 처음으로 이뤄진 대규모 민간교류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으나 결과적으로 실패작이었다.방북단 중 일부 인사들은정부와의 약속을 어기고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행사에 참석한 데 이어, 김일성(金日成) 주석 생가인 만경대를 방문해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 등의 글을 남겨 파문을 증폭시켰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방북단,그리고 방북단 지도부와 통일연대가 마찰을 빚는 등 남남(南南) 갈등이 표면화했고, 남북관계의 악화까지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이 노출됐다. “우리가통일의 싹을 자르고 있다”는 방북단 내부 반성의 목소리도 사태를 수습하긴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성과라면 일본역사교과서 왜곡에 대한 5개항의 공동결의문을 채택하고, 노동자 농민 여성 종교 등 계층ㆍ부문별 토론회를 통해 남북 민간교류를 진전시킨 정도다.방북단은 내년 8ㆍ15 대표단 교환 등을 담은 공동보도문을 채택했다.

이번 파문으로 대북 포용정책을추진해 온 정부의 입지가 위축된 것은 물론, 3월 이후 중단된 당국간 대화의 재개와 지속적인 민간교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졸속 방북 승인’이라는 비난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당분간 민간단체의 방북이나 교류를 승인할 때 지금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민간 단체의 통일운동에도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와 7대종단, 통일연대로 구성된 남측 추진본부가 돌출행동을 잠재우지 못하고 통일된지도력을 행사하지 못한 것은 향후 내부분열의 개연성을 높여주고 있다. 통일연대 서울 본부측은 이미 추진본부의 대국민 사과 성명을 뒤집는 반박 성명을발표했다.

북측의 유연하지 못한 태도도 문제였다. 방북단은 개ㆍ폐막식 장소 변경을 줄기차게 요구했으나, 북측은 기념탑 앞 행사를 강행했다. 북측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방북단 내부의 분열을 조장한 측면도 있다.

만경대 방명록 사건 등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가 시작되면 남한 내에서는 또다시 처벌기준 등을 둘러싼 이념논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북측도 19일 민족통일대축전 준비위대변인 담화를 통해 ‘사법처리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밝히는 등 논쟁에 가세하고 나섰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檢 "각서위반 처벌근거 없는데…" 고심

통일축전 남측 대표단 중 일부가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통일탑) 개ㆍ폐막식행사에 참석한 것을 놓고 수사당국이 고심에 빠졌다. 현행법상 정부의 조건부 방북승인 및 통일탑 행사불참을 전제로 한 각서의 파기행위에 대해 마땅한 처벌근거가 없기 때문.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통일부가 법적 구속력도 없는 조건부 승인이라는 형식을 이용,졸속으로 방북허가를 내렸다’는 비난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법적 구속력도 없는 ‘조건부 승인’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통일부가 방북 허가를 내주기 위해 졸속으로 내린 결정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통일부는 지난 15일 남측 대표단의 김종수(金宗秀) 단장 등 4명에게 ‘통일탑행사에는 참석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고 통일축전 참가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내렸다. 그러나 통일연대 소속 대표단 150여명이 정부와의 약속을 파기, 통일탑 개ㆍ폐막식 행사에 참석하자 정부는 ‘조건부 승인 위반’이라며 이들을 소환조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검찰의 법률 검토 결과, 남북교류협력법에는 승인조건 위반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명시적 처벌법규가 없고 각서의 효력범위에 대해서도 다툼의 소지가 있다”며 “대표단의 통일탑 행사 참석이 승인없는 대북 접촉 행위나 위계에 의한 접촉행위에 해당하는지 법률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가정보원도 남북교류협력법을 적용해 처벌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국정원 관계자는“적극적인 고무ㆍ찬양이나 이적행위를 한 인사에 대해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만경대 방명록 작성자나 통일탑 행사참석 주동자등에 대해서만 한정적으로 사법처리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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