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H.O.T멤버 강타의 솔로 앨범이 16일 출시되었습니다. 발매 첫 날15만 장이 판매되었다는 이 앨범은 전반적으로 차분한 어쿠스틱 사운드에 스윙재즈, R&B 등 다양한 색깔이 담겼더군요. 유연하고 풍부한 보컬에서 묻어나는 감성이 모처럼 대형 발라드 스타의 탄생을 예감케 했습니다.하지만 컴백 무대인 18일 SBS 버라이어티쇼 ‘토요일은즐거워’에서의 모습은 음반에서 보여준 가능성과 기대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습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하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참하더군요. ‘컴백 스페셜’이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이날 방송은 자신에 대해 반감을가진 소위 ‘안티’들을 설득시켜 팬으로 만든다는 설정이었습니다. 식상해질대로 식상해진 ‘몰래카메라’ 형식이었지요.
무덤덤하고 냉담하기만 한 사람들을 앞에 두고 그는 ‘지지도’를올리기 위해 빨대로 콧구멍 쑤시기, 코로 풍선불기 등 온갖 엽기적인 주문에 스스럼없이 응했습니다.
이어 ‘안티와의대설전’이라는 코너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H.O.T는 왜 립싱크만 했나”라는 한 관객의 비판에 그는 “립싱크는 의상을 차려입듯 보여주는 쇼의 일종일 뿐이다.
모든 댄스그룹이 그렇듯 격렬한 춤과 살아있는 표정을 보여주기 위한 방법일뿐이다” 라고 하더군요. ‘립싱크도 장르다’에이은 또 하나의 궤변입니다.
과연 가수에게 노래가 ‘춤’과 ‘표정’처럼 언제든 바꿔치기할 수 있는 무대장치에 불과했던가요. 이제는 ‘뮤지션’으로 거듭났다는 그의 기본적인 생각을 의심케 하는 발언이었습니다.
MC의 말대로 그는 ‘여태껏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그것은 오히려 아이돌 스타 시절보다 못하다는 생각입니다.
두 시간 가까운대형 버라이어티에서 노래는 단 두 곡밖에 들을 수 없는, 뒷맛이 개운치 않은 방송이었지요.
스타를 ‘망가뜨리며’ 가학적 쾌감을 즐기는 방송의 잘못일까요, 아니면 해체의 아픔을 딛고 ‘뮤지션’으로 거듭나서도 방송의 구태의연한 행태에 순응하는 강타와 소속사의 문제일까요.
양은경기자
ke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