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메이커 트로피는‘모험’ 대신 ‘확률’을 선택한 데이비드 톰스(34) 품에 안겼다. 4라운드 동안 3차례나 필 미켈슨(31ㆍ이상 미국)과 공동선두를 이룬 무명 톰스는 1타 앞선 채 18번홀(파4ㆍ490야드)로 들어섰다.티샷을 280야드 보낸 톰스는 세컨드샷을 앞두고 5번 우드를 먼저 빼 들었다. 잠시 캐디와 얘기를 나눈 톰스는 갑자기 우드를 백에 넣은 후 피칭웨지를 꺼냈다.
일부 갤러리들이“비겁자(wimp)”라고 외쳤지만 아랑곳없이 톰스는 세컨샷을 워터해저드 20야드 근처에 떨구었다. 대회 역사상 가장 긴 파4홀에서 미켈슨이 버디를 잡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파를 겨냥한 안전운행을 결심한 것이다. 로브웨지로 잡은 서드샷을 핀 3㎙ 옆에 붙이며 톰스는 미켈슨을 압박했다.
미켈슨의 9㎙ 버디퍼팅이 핀 5㎝ 앞에서 멈추자 톰스는 캐디에게 “우승이 보인다”고 속삭이며 그린 위로 나갔다. 결국 우승컵은 파퍼팅을 성공시킨 톰스의 몫이 됐다.
톰스가 20일 오전(한국시간)조지아주 애틀랜타 교외 덜루스의 애틀랜타 어슬레틱GC(파70) 하이랜즈코스에서 끝난 미 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총상금520만달러) 4라운드서 1언더파 69타(버디3, 보기2개)를 기록, 합계 15언더파 265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상금은 93만 6,000달러.1타차로 준우승에 머문 미켈슨은 메이저대회에 38차례 출전하고도 우승이 없는 징크스를 계속 이어갔다.
데이비드 듀발(29)은 5언더파 275타로공동 10위, 타이거 우즈(25ㆍ이상 미국)는 1언더파 279타로 최경주(31ㆍ슈페리어) 등과 함께 공동 29위에 머물렀다.
파3의 15번홀(227야드).3라운드 홀인원에 대한 부담 탓인지 톰스는 티샷을 벙커로 보내며 보기로 탈출했다. 미켈슨이 그린에지에서 구사한 어프로치샷이 절묘하게 홀에 빨려들어가며 3번째 공동선두로 나섰다. 메이저대회 무관의 한을 털어 낼 수도 있었던 기회였다.
하지만 미켈슨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16번홀(파4ㆍ441야드)서1.5㎙ 파퍼팅을 놓치며 또 다시 2위로 밀려나고 말았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톰스 누구인가
브리티시오픈에서 그렉 노먼(호주ㆍ93년) 스티브 엘킹턴(호주ㆍ95년) 등이 두 차례 세웠던 메이저대회 72홀 최저타 기록(267타)을 2타 더 줄인 깜짝스타 데이비드 톰스. 이번 우승으로 생애 최초로 라이더컵 미국대표로 뽑히는 겹경사까지 누린 톰스는 누구보다 긴 무명시절이 있었다. 89년 프로무대에 뛰어든 톰스는 2년 후 Q_스쿨을 간신히 통과하며 본격적인 투어사냥에 나섰다.
하지만 성적이 신통치 않아 줄곧 2부 투어를 넘나들었다. 95년 2부 투어서 2승을 거두며 가능성을 확인했고 2년 후 퀘드시티 클래식에서 데이비드 듀발을 제치고 PGA투어 첫 승을 신고했다. 99년 스프린터 인터내셔널, 뷰익챌린지를 거푸 제패하며 상금랭킹 10위에 오르며 전성기를 보냈으며 지난해 미켈롭 챔피언십서 통산 4승을 거뒀다.
석 달전 고향 루이지애나주에서 열린 콤팩 클래식, 이번 PGA챔피언십등에서 필 미켈슨과 두 차례 대결을 모두 승리로 이끄는 등 톱랭커들과 맞대결에서 전혀 주눅들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아내 소냐와 네살배기 아들 필립 등이 있다.
■최경주 인터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최경주는 경기를 마친 뒤“아쉬움은 많이 남지만 이만큼 한 것도 잘했다고 여긴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경주는특히 자신의 기량이 PGA 정상급들과 겨뤄서도 밀리지 않는다는 점을 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최경주는 “전에는 큰 대회에 나가면위축되곤 했으나 앞으로는 어떤 대회에서 어떤 선수와 맞붙어도 내 게임에 집중할 자신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또“한국의 정상급 선수일 경우 체력과 경험만 쌓으면 미국에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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