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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J 황성률씨 동행취재기 / "6㎜ 카메라에 특종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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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J 황성률씨 동행취재기 / "6㎜ 카메라에 특종을 담는다"

입력
2001.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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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에는 ‘소니 PD100’6㎜디지털카메라를, 어깨에는 테이프가 가득 든 가방을 둘러메고 있는 황성률(31)씨.“언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언제라도 촬영이 가능하도록준비하고 있다.” 단출하게 혼자서 활동하는 그는 3년 경력의 비디오저널리스트(VJ). 혼자서 언제 어디에서든지 6㎜카메라를 들이댈 준비가 돼 있는,미니다큐멘터리의 ‘특공대’이다.

16일 서울 대치동 강남운전면허시험장의레이카(견인차) 기능시험 코스. 응시자가 레이카에 오를 때마다 황씨는 6㎜카메라를 들고 다가갔다.

레이카가 코스를 따라 움직이면 황씨도 코스 안으로들어가 레이카에 바짝 붙어서 재빨리 따라가며 운전자의 표정과 차의 움직임을 찍었다.

황씨는 이날 ‘VJ특공대’(KBS2)를 통해 24일 방송될예정인 ‘레이카의 모든 것을 알려주마’(가제)를 취재하고 있었다. 촬영이 시작된 지 나흘째다. 레이카를 운전하는 사람이 어떻게 탄생하는지가 이날촬영 내용이다.

“합격인가요?” 응시자가 레이카에서내리기도 전에 황씨는 감독관에게 소리쳐 묻곤 했다. “자신있으세요? 연습은 많이 하셨어요?” “레이카 면허는 왜 따려고 하세요?” “직업으로 삼으실생각인가요?” 황씨는 면허 응시자에게 다가가 질문을 던졌다.

전원을 켜둔 카메라를 손에 든 채 간간이 뷰파인더로 슬쩍 눈길을 줄 뿐이었다. 불합격한한 청년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황씨에게 “방송에 나가는 건가요. 저는 내보내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그래도 카메라를 신경 쓰는 사람들을 인터뷰할때는 손을 슬며시 잡아보며 친한 척도 해 본다.

12분짜리 완성분에서 얼마 되지않을 분량을 위해 촬영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이어졌다. 40분 테이프 7개가 들어갔다.

합격자가 기뻐하는 표정만 잡아내면되는데 만족스런 화면이 나오질 않는 게 문제였다. “100% 만족하는 경우는 없다.

전체 내용에서 운전면허시험이 차지하는 부분은 얼마 안되니까80%정도 만족했다고 생각될 때 철수하는 게 효율적이다.” 하지만 황씨는 계속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오후 4시가 넘어서야 13일부터그림자처럼 쫓아다닌 정진천씨의 레이카를 타고 논현동, 학동 등 강남 일대를 맴돌며 레이카가 출동하는 장면을 보충 취재했다.

자정께 이날 촬영이끝났다. 장대비가 쏟아졌던 14일 새벽에 교통사고 현장에 레이카가 출동하는 것을 취재해 놓은 것이 ‘그림이 괜찮기 때문에’ 보충취재를 일찍 끝낼수 있었다.

“촬영 첫 날 좋은 그림을 잡아서 이번에는 촬영이 순조로웠죠. 일주일 정도 촬영을 하고 난 후 이틀 밤샘해서 편집을 끝내면 12분짜리미니다큐가 완성됩니다.”

황씨는 6㎜카메라를 들어보이면서“조명, 음향, 카메라 등 촬영에 필요한 모든 것을 이것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대부분의 VJ들처럼 기획과 내레이션은 작가의 도움을받지만, 연출 및 촬영, 조명, 음향 편집이 모두 황씨의 몫이다.

묵직한 ENG카메라 대신 6㎜ 소형 카메라를 들고 나서는 VJ들은 ‘나홀로 제작시스템’으로 거뜬히 방송용 다큐를 만들어낸다. 프로듀서와 카메라맨의 1인 2역은 기본이고, 그 이상을 해 내고 있는 셈이다.

VJ최대의 무기는 발 빠른 기동력.취재 현장에 누구보다 빨리 도착하고 밀착취재해서 생생한 화면을 포착할 수 있는 것은 가벼운 장비와 ‘나홀로 제작 시스템’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PD, 카메라맨, 조명 등 촬영에만 적어도 4~5명이 공동작업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상상 못할 기동성을 발휘하며, VJ들은 취재 대상과의 거리를 좁혀나간다.

취재 대상에 카메라를 밀착시킬수 있고 이동을 따라잡는 것도 문제 없다. 카메라를 들이밀지 못하는 곳도 없어져서 소재 제약도 크게 느끼지 못한다.

운전면허시험 도중 코스 안에들어가 차를 쫓아가며 촬영해도 상관없을 정도로 6㎜카메라는 작고 재빠르다.

아프가니스탄 같은 전쟁 지역이나 군부대 등도 주저없이 파고 들어간다.‘그림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장기 취재도 가능하다.

황씨는 ‘한강수난구조대’를 취재할 때는 한강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는 모습을 잡기 위해 8일을 기다렸다.

인터뷰 섭외도대부분 ‘현장박치기’로 이뤄지지만, 6㎜카메라는 덜 부담스럽기 때문에 평범한 이웃들의 자연스런 모습을 포착하기 쉽다.

‘VJ특공대’를 비롯해 ‘영상기록병원 24시’(KBS1) ‘다큐매거진 현장’(E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와 같은 6㎜카메라 프로그램들의 화면은 거칠다.

카메라워크도 불안정할 때도 있고 화면의 질도 덜 정제돼 있다. 하지만 거친 화면조차도 신선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들이 만들어내는 미니다큐에 많은 시청자들이 빨려들고있음도 분명한 사실이다.

‘다큐매거진 현장’같은 프로그램에서는PD가 직접 6㎜카메라를 들고 나가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등 VJ는 새로운 방송의 파워로 자리잡았다.

ENG카메라는 세상을 한 발짝 떨어져서 응시하지만,VJ들은 그 세상에 직접 발을 담근다. VJ들이 만들어내는 작품에 많은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6㎜카메라로 대표되는 테크놀로지의 혜택보다는6㎜카메라를 통해서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시각이 신선하기 때문이라는 게 설득력 있다.

1주일간의 기획과 섭외가 끝나고촬영에 돌입하자마자 황씨는 레이카업체를 운영하는 정진천씨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정씨의 레이카를 타고 함께 움직이고 다른 레이카 운전사들과 섞여식사도 같이 하고 이야기도 나누며 밤에는 사고 현장에 함께 출동했다.

그러는 동안에는 카메라는 항상 열어두었다. 하루 2시간밖에 자지 못하는 강행군이었으나레이카의 세계에 직접 들어가서 카메라에 담아낸 셈이다.

VJ들이 6㎜카메라에 담아내는세상만사, 사람들의 표정은 꾸밈없이 자연스럽다. 정통 다큐에 비하면 가볍고 소박하다고? 6㎜카메라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세상의 모습이 바로 그런것이다.

6㎜카메라가 가는 길은 막힘과 제약이 없다. VJ황성률씨가 서울 강남 운전면허시험장 바로 그 현장에서 취재를 하고 있다

문향란 기자

iama@hk.co.kr

■VJ제작 프로 인기

근래 들어 다큐멘터리들이 시청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다큐멘터리의 죽음의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VJ특공대’ ‘영상기록 병원 24시’ ‘인간극장’ ‘현장르포제 3지대’ (이상 KBS) ‘리얼 코리아’ ‘순간포착세상에 이런 일이’ ‘휴먼TV, 아름다운 세상’(이상 SBS)은 인기와 더불어 좋은 평가를 받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이다. 이 프로그램들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비디오 저널리스트(VJ)들이 제작한다는 점이다.

VJ 활용도가 KBS와 SBS에 비해 적었던 MBC도 VJ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자 20일부터 시작한 부분 개편에서 본격적인 VJ프로그램 ‘출동 6㎜ 현장 속으로’(토요일 오전 10시 35분)를 신설했다. VJ들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만이 아니다.

KBS ‘생방송 오늘’, MBC ‘생방송화제집중’, SBS ‘생방송 모닝 와이드’ 등 종합 교양 프로그램의 일부 코너들도 VJ들이 직접 제작한다.

VJ프로그램이 선을 보인 것은 지상파 TV가 아니라 케이블 TV였다. 1995년케이블 TV 출범과 함께 다큐 전문채널 Q채널에서 ‘아시아 리포트’ 등 VJ프로그램을방송했다.

‘아시아 리포트’는 시청자들을 한번에 사로 잡았다. 지상파 TV에서볼 수 없었던 생생한 화면 때문이었다.

Q채널의 VJ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자 지상파 TV로는 98년 처음으로 경인방송(iTV)이도입했다. ‘리얼 TV’ 는 iTV 간판 프로그램으로 부상했고 뒤이어 EBS가 ‘10대 리포트’ 등을 방송하기 시작했다.

이어 KBS의 ‘영상기록 병원 24시’ 를 비롯해 방송 3사가 앞 다투어 VJ프로그램을 만들었다. VJ프로그램들이 이처럼 각광을 받은 것은 기동성과 근접성으로 인해 프로그램의 생생함이 살아있다는 측면도 있지만 1인 제작 시스템이기 때문에 제작비가훨씬 적게 든 것도 큰 이유이다.

90년 ‘상계동 올림픽’ 을 제작한 김동원씨, 요즘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윤동혁PD 등이 VJ 1세대이고 이후 이창재 김남정씨 등이 뒤를 잇는 2세대다.

요즘에는 서경선 유영미씨 등 여성들이 대거 VJ로 나서고 있다. 현재 100여 명의 VJ들이 방송가에서 맹활약을 하고 있다.

배국남 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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