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 듣기만 해도 가슴이 아려오고 기분 좋은 단어다. 순수한 감정이나 애정이라는뜻의 순정. 순정파 남자가 요즘 안방 극장을 점령하고 있다.그 동안 생활이나 대중문화 속에 나타난 순정의 전매 특허는 여성의 몫이었다. 하지만이제 순정 드라마의 주인공이 남자로 바뀌고 있다.
MBC 주말극 ‘그 여자네 집’, SBS 대하사극 ‘여인천하’, SBS 일일 드라마 ‘이별없는 아침’ 등 장르 구분 없이 순정파 남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들은 시청자의 가슴을 아프게 하기도하고 때로는 세상은 살 만한 것이라는 느낌을 들게 한다. 이 드라마들에 나타난 순정파 남자들의 모습은 기존의 순정파 여성들의 모습과 비슷하다.사랑하는 여자에게 배신당하고 힘들어하지만 끝까지 순수한 사랑을 지켜내는 모습이다.
부잣집 딸(김현주)을 좋아하면서 자신의 처지가 어려워 선뜻 다가서지 못하고 가슴 아파하지만 누구보다 진정한 사랑을 하는 ‘그 여자네 집’ 의 준희(이서진),권력을 잡기 위해 배신하고 돌아서는 정난정(강수연)을 끝까지 지켜주는 ‘여인천하’의길상(박상민), 자신을 만나면 불행해진다며 먼 곳으로 떠나 사랑하는 이를 지켜보았던 MBC ‘네자매 이야기’의 영훈(한재석), 집안의 반대로 좋아하는 이(강성연)와 결혼하지 못하지만 평생을 지켜보며 순수한 사랑을 지켜가는 SBS ‘소문난여자’ 의 우진(박용하), 실종된 아내를 오랜 세월 애타게 찾으며 그리워하는 MBC ‘보고 싶은 얼굴’의준혁(김주승) 등이 바로 순정파 남자 주인공들이다.
왜 순정파 남자 주인공들이 안방극장에서 득세하는 것일까. 우선 사회적인 이유를들 수 있다. 서강대 원용진(신방과) 교수는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이 많아지고 남성들이 가사 등에 참여하면서 여성은 적극적으로 변하고 남성들은 이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이러한 이유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순종적인 여성상은 사라지고 적극적이고 중성적인여성 주인공이 자주 등장하는 반면 순정적인 남성들이 많아진 게 아닐까”라고 설명했다.
산업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의 이행도 순정파 남자 주인공들의 빈번한 출연 이유다. 산업사회에서는 권위적이고 터프한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들이 여성들의 시선을 붙잡지만 정보화사회에서는 부드럽고 맑은 남성들이 여성 시청자들의 관심을모은다.
드라마 내적인 원인도 있다. 작가 노희경씨는 “그동안 무수한 드라마에서 여자들을 순정파로 그렸기 때문에 드라마화하기에 소재와 묘사의 한계를 느낀다. 반면 남성들을순정파로 내세우면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사회가 혼탁해지고 인스턴트 사랑이 판을 칠수록순정을 가진 사람들을 그리워한다. 시청자들, 특히 여성 시청자들이 순정을 지키기 어려운 시대에 순정을 지키는 남자주인공은 멋있다.” KBS 윤흥식 주간의 분석이다.
배국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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