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만에 최악의 불황에 빠진 대만 경제가 한국의 발목을 잡을 태세이다. 침체된 수출을 늘리기 위해 큰 폭의 환율절하를 추진하고 있는데다 공격적인 수출촉진 정책을 펴고 있어 한국 정부가 내놓은 수출촉진책의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대만경제, 26년만에 최악 국내총생산(GDP)의 55.8%를 차지하는 수출이 2ㆍ4분기 17%, 7월에는28.4%나 감소하면서 대만 경제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내수 경기까지 급랭하면서 지난해 7.4%에 달했던 산업생산 증가율이 상반기 마이너스 6.2%로 급락했으며, 지난 6월 실업률은1978년 이후 최고인 4.5%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대만 경제의 주요 전망치가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다.대만 정부는 연간 수출증가율을 마이너스 5%에서 마이너스 13%로 더 내렸다. 국제 투자기관들도 경제성장률을 지난해(6.0%) 보다 큰 폭으로 하향조정하고 있는데, 특히 JP모건은 ‘마이너스 성장(-0.5%)’을 점치고 있다.
■꿈틀거리는 대만 달러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대만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과감한 평가절하(환율상승)와 금리인하뿐이다. 경제침체에도 불구,세계 4위의 막대한 외환보유고(1,091억달러)때문에 외환위기 걱정이 없기 때문이다.
대만은 올들어 경제가 어려워지자 금리를7번에 걸쳐 총 1.25%포인트 낮추는 등 강도높은 환율ㆍ금리정책을 사용했으며, 앞으로도 강도를 더욱 높여나갈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대만 중앙은행이 대만 화폐의 점진적인 평가절하로 수출촉진을 꾀하고 있으며, 엔화가치의 하락 폭에 연계해 환율을 조절함으로써 일본 및 한국 상품과 결합을 벌이는 대만 수출품의 경쟁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만 달러의 환율은 한국 원화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으나 5월말 대만종합연구원이 “미화 1달러당40 대만달러 선까지 절하시켜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한 직후 큰 폭으로 절하됐다.
■한국에 드리우는 환율경쟁 그림자
전문가들은 한국을 상대로 한 대만의 환율경쟁이 이미 시작됐으며,정부 차원의 수출경쟁력 확보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한국 원화는 앞으로 미국 달러당 1,270원까지 절상(환율하락)될 가능성이 큰 반면 대만 달러는 1년동안 10%가량 절하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바클레이(38달러), 메릴린치(36.5달러), 도이치방크(37달러) 등이 대만 달러의1년 뒤 환율이 현재(34.6달러) 보다 크게 절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현준 부연구위원은 “대만 정부는 대만 달러가 1달러씩 절하될 경우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보고 환율 절하를 고려 중”이라며“전자, 반도체, IT제품 등에서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로서는 대만의 환율 추세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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