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건설부가 발표한 밤성골댐 계획안은 총체적인 부실로 얼룩져있다. 상당수군사시설과 1개면 전체를 수몰시키는 등 초대형 공사인데도 동네 교량을 건설하는 것처럼 허술하기 짝이 없다.국방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 미비와 기본 자료 오류는 물론 최근에는 경제성도 없다는 지적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자체와 주민, 시민단체 등의 거센 반발을 자초하고 있는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 부실한 기본자료
건교부는 지난달 11일 밤성골댐 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유역면적을 583㎢, 총저수량은4억2,400만 톤 등으로 산정했으나 곧 잘못된 것으로 드러났다. 양군군의회가 군 전체 면적이 700㎢에 불과하다며 이의를 제기한 것. 건교부는 뒤늦게 314㎢, 2억9,000만 톤으로 축소, 정정했다.
용수공급능력도 잘못 추정한 것으로 밝혀져 연간 3.26억 톤에서 1.9억 톤으로 줄여야했다. 가장 기본적인 유역면적과 용수 공급량 등이 오류로 밝혀짐에 따라 댐 규모, 예산, 경제성 등 당초 계획안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건교부측은“과거 자료를 인용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양구군 관계자는 “매 번 예산을 배정 받으면서 무엇을 조사했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 경제적 효과도 떨어져
밤성골댐 후보지 하류 지역에는 화천댐이 있다. 하지만 화천댐은 지난해 10월북한 금강산댐(임남댐)의 건설로 물 유입량이 대폭 줄어들어 발전량 마저 급감하고 있다. 올들어 화천댐 발전량은 시간당 7.6㎾/h에 그쳐 지난해평균 25.1㎾/h의 30%선에 불과했다.
산업자원부 산하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상류지역에 또 다른댐이 들어설 경우 유량이 더욱 줄어들어 발전량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원도 역시 “북한강본류로 밤성골댐 후보지에서 6Km 떨어져 있는 평화의 댐을 보완, 용수댐으로 활용한다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신규댐을 건설할 필요가 없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건교부 수자원개발과는 금강산댐 건설로 인한 화천댐 유입수량이 10%밖에 줄지 않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한국수자원공사 측은 30%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등 부처 내에서도 손발이 맞지 않고 있다.
■ 생태계 파괴 우려
지난 2월 북한과 공동으로 휴전선 일대 자연환경이 뛰어난 지역에 대해 접경생물보전권역으로 지정키로 합의하고 대상지역을 조사 중인 환경부와 강원도는 밤성골댐 후보지인 수입천이 천혜의 생태계 보고라고 밝혔다.
지난해 양구군 방산면 등 접경지역에서생태 조사를 실시한 환경부 생태조사단 채병수 박사는 “수입천 일대는 천연기념물인 열목어의 국내 최대 서식지로 쉬리, 둑중개 등 국내 희귀어종의 보고”라고 밝혔다.
채 박사는 또 “인근에 방치되고 있는 평화의 댐 주변 바닥이 온통 뻘로 변해 버리는 등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됐다”며 “1급수 수질을 자랑하는 수입천 역시 댐이 들어서면 황폐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수입천은 남북한의 생태통로로서 보전가치가 뛰어나 유네스코에서 최종 지정하는 접경생물보전권역의 우선 추천 대상지역”이라고 설명했다.
■ 군과환경단체 반발 거세
지난 10일 양구군 주최로 열린 ‘댐 반대 궐기대회’에는 전체 군민 2만3,000명 가운데 4,000여명이 참가해 ‘졸속 댐 계획 철회’ 등을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양구군은 1개읍 4개면으로 국내에서 울릉군 다음으로 가장 작은 자치단체. 1944년화천댐 건설로 북면이 지도에서 사라졌으며 73년에는 소양댐이 들어서 또다시 양구읍과 남면 일부가 수몰되는 등 ‘육지속의 고도(孤島)’가 돼버렸다.
소양댐 건설 이전에 4만 명을 웃돌던군 인구는 현재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임경순 양구군수는 “방산면까지 사라지면 전체 인구가 읍 설치기준인 2만명에 미달돼 자치단체의 존립마저 위태롭다”며 “수도권 용수 공급을 위해 조그만 자치단체가 몇 번씩 희생되는 정책이 과연 옳은 것이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환경운동연합도 “용수 공급량 등 모든 계획이 엉터리로 밝혀지는 등 결국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고 생태계만 파괴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구=강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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