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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어리석은 방북단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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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어리석은 방북단 소동

입력
2001.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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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민족통일 대축전에 참석한 방북단을 둘러싼 갖가지 소동은 한심하다. 정부와 방북단, 북한 당국,남쪽에서 지켜보는 관찰자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사려 깊고 진중하지 못하다.이 때문에 남북 민간 교류에 기여한다는 명분과 달리 공연한 분란과 회의만부른 느낌이다. 이래서야 민족 화해의 먼 길을 어찌 갈 것인지 크게 걱정스럽다.

갈등과 혼란은 정부가 방북 허가를 놓고 우왕좌왕할 때 이미 예상됐다. 북쪽 선전에 이용될 것을 우려하던 정부가 200 몇 개나 되는 참가 단체 대표 일부의 각서를 믿고 전격적으로 방북을 허가한 데서 문제가 비롯된 것이다.

허가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아니다. 북한의 통일 노선을 상징하는 무슨 기념탑 근처 행사에는 절대 참석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붙이고, 여기에 동의한다는 각서를 믿은 것이 어리석다는얘기다.

정부는 북쪽의 관행을 잘 알고 있고, 구성원이 다양한 방북단에 대한 통제가 어렵다는 것도 예상했을것이다.

그렇다면 북쪽이 참관을 고집할 행사 참석을 막지 말든지, 남쪽 정서나 실정법에 비춰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면 방북 자체를 허가하지 않았어야한다.

방북단의 거듭된 돌출 언행이 문제되자 처벌을 검토한다는 것은 딱한 노릇이다. 그 것으로 민간 교류에 대한 인식과 여건이 나빠진 것을 되돌릴수는 없다.

흔히 통일 일꾼을 자임하는 방북단 일부의 분별없는 언행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개인적 소신이 어떻든간에 살얼음 판을 걷는 듯하는 남북 교류 여건을 해치는 언행은 피해야 한다.

정부와 국민의 배려와 주시 속에 이뤄진 방북 기회에 ‘만경대 정신 이어 받아…’ 따위의 언사를 남긴 것은 무책임하다. 정부가 허가한 방북 행보를 마치 역사의 막힌 물꼬를 트는 데 앞장선 양 착각하는 것은 어리석다.

북한 당국도 어렵사리 이뤄진 민간 대표단 방북을 체제 선전에 이용하는 따위의 행태는 이제 버려야한다.

남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 변화하기를 진정 바란다면, 보수 여론을 자극해 남북 관계에 나쁜 영향을 주는 일은 스스로 피하는 것이 현명할것이다.

그러나 이번 소동에서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우리 사회의 열린 자세다. 북쪽 방문단이 서울에 오면우리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려 하고, 그들이 일사불란하게 ‘김정일 장군님’을 외치면 비웃지 않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그들에게 ‘화이부동’(和而不同)하는 모습을 보여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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