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영수회담 제의가 나온 지 하루뒤인 16일 여의도 민주당사의 김중권(金重權) 대표실.최고위원들이 모여 앉아 “이번 회담에서 생산적 결론이 나오도록 당이 뒷받침하자”(전용학ㆍ田溶鶴대변인 발표)고 뜻을 모았다.
그로부터 불과 4시간여 뒤 충북 청주에서 열린 민주당 국정홍보대회장. 오전 회의에서영수회담의 성공을 위해 노력을 다하기로 다짐한 뒤 이 행사에 참석한 안동선(安東善) 최고위원이 연단에 서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놈’으로부르며 비방 발언을 쏟아놓았다.
곧바로 한나라당이 영수회담에 임하는 여당의 진의를 의심하며 반발하고 나선 것은 당연지사. 17일 김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핵심당직자들이 모두 나서 ‘안 최고위원 개인의 돌출발언’이라며 한나라당의 ‘이성적인 대처’를 촉구했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이번 파문을 지켜 보면서 과연 현 여권이 정국운영 능력, 집권세력으로서의 성숙함을갖고 있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다.
평의원도 아닌 최고위원, 그것도 총재가 직접 낙점한 임명직 최고위원이 이처럼 총재와따로 노는 행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하다.
DJ 집권 후 지난 3년 반이 야당출신 현 여권 인사들의 ‘야당 체질’을 바꿔 놓기에는 모자라지않았나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라는데 한나라당의 자세에서도 아쉬움이 느껴짐은 어쩔수 없다.
야당의 여의도 장외집회에서 나돈 ‘DJ 일본 군복 입은 사진’은 여권의 맘을 상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기다려 볼 수 밖에…”라는 여권의 안이함, “당사자 사퇴 없이 영수회담은 없다”는 야당의 경직성에서 초라한 우리 정치문화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다.
신효섭 정치부차장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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